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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Oct 24. 2024

온라인 속 은인들

노트북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외장하드가 곧 재산일 수 있다. 10년 넘게 축적되어 온 자료들이 손바닥만한 기계 안에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10년 이상 쌓아온 강의 자료 및 잡다한 파일을 갖고 있는데 외장하드를 한 번 백업해야지 하고서는 지금 멀쩡하니까 자꾸 미루게 되었다. 그러다 어제 글쓰기 수업 수강생 분들의 초고 피드백을 마치고 나서 저장을 하는데 외장하드와의 연결이 끊겼다. 그런 후 다시 연결했는데 [매개변수가 틀립니다]라는 문구만 뜨고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갑자기 급 초조해졌다. 21세기 시대의 지성인은 이럴 때 검색을 한다. 일단 문제가 생긴 건 확실해 보인다. 복구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검색해보니 복구 업체의 홍보 포스팅이 70% 이상이다. 그러다 뒤 페이지로 가니 자체 복구 방법을 정리해놓은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안 되면 업체에 맡겨야 한단다. 노트북과 밀접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인간 자체는 상당히 아날로그에 가깝기에 이런 일이 생기면 난 스스로 하기보다 업체에 맡기는 편이다. 다행히 30분 거리에 업체가 있다. 복구 비용을 찾아봤다. 용량에 따라 다른데 30...만원?? 제일 저렴한게 30만원이었다. 헉 소리 나는 금액. 외장하드에 들어있는 자료를 복구만 한다면야 아깝지 않은 금액이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운 금액인 건 맞았다. 복구 비용을 보니 내 안의 디지털쫄보대마왕이 '쫄보'라는 단어를 발로 걷어차고 있었다. 자체 복구 방법을 다시 들여다보자. 음...제어판에서, 관리자 권한으로 들어가서, hskdsk/f D: (명령어도 외움)를 입력하면 된다고?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엔터를 친 후 30초 정도 뭐가 쭉쭉쭉 써지더니 작업을 완료했단다. 제발~ 제발~ 돼라!!! 컴퓨터 화면에 드라이브가 떴다. 30만원(그 이상의 가치)이 굳었음과 동시에 이 문제로 쓰여져야 할 나의 시간과 에너지, 마음 고생이 뿅하고 사라짐을 느꼈다. 나는 바로 온라인 속 은인들에게 감사의 댓글을 남겼다.(내가 본 포스팅 역시 다른 은인을 통해 알게 된 방법을 공유한 것이었다) 당신의 포스팅 하나가 수많은 이들의 지갑과 인생 자료를 지켜주었다고.(물론 이렇게 쓰진 않았지만) 그런 다음 새 외장하드를 바로 구매했다. 지금은 외장하드가 오기 전에 노트북에 백업을 하는 중이다. 미리미리 준비해 이런 문제를 겪지 않는 사람들은 마음 고생을 훨씬 덜 하겠지? 문제 예방은 실패했지만 자료 복구에는 성공한 나는 온라인 은인들을 만나고 세상의 살만함?을 느꼈기에 (자칫 고난이 될 뻔한) 경험의 포장에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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