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를 관리하는 여사님은 2분이다. 한 분은 시크하신 스타일로 무표정이 디폴트값이나 경력이 오래 되셨고 인사를 잘 받아주신다. 한 분은 새로 오셔서 3달 정도 되신 분인데 무척 다정하신 분이다. 인사도 먼저 하시고 여름엔 가끔 "더우시죠?"라며 안부를 묻곤 하셨다. 시설이 좋지는 않지만 각종 운동(배드민턴, 수영, 헬스, 요가, 댄스 등) 프로그램이 있고 이제는 동네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목욕탕을 갖췄기에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받는 곳(이라고 생각한다)이다. 김해로 여행갔을 때 그 곳 사람들의 다정함(친절함을 넘어 목소리나 태도에서 느껴지는 인간미가 있다)이 무척 좋았다. 나보다 더 그런 감성에 푹 빠지는 친구는 여행 내내 그 다정함에 김해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까지 덩달아 그 다정함이 참으로 좋았는데 나라는 사람은 본투비 다정함에서 거리가 먼 사람이라 특히 그 이후에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분을 만나면 김해가 떠오르곤 했다. 바로 사우나에 새로 오신 여사님이다. 그 분을 보면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란 무엇인가, 특히 어르신들(여사님도 나이가 있지만 7,80대의 어르신들도 많이 오므로)이 좋아하는 표정과 태도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덩달아 저런 분이 사기를 치면 10명에 8명 정도는 홀랑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불순?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도 조금은 다정함을 장착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물론 사람이 한 번에 확 바뀌면(그렇게 되지도 않지만) 뭔가 조짐이 안 좋은 것이므로 나는 하나만 바꾸기로 했다. 바로 인사를 하는 것이다. 운동하는 건물 1층에는 경비원분이 계신데 사실, 먼저 인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이유는 굳이??? 나 말고도 인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넘칠텐데 나까지 인사를 하고 받아야할 필요가 있나. 피곤하지 않으실까와 나까지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란 두 가지 마음이었다. 그런데 여사님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인사란, 피곤하기보다(물론 그런 사람도 드물게는 있을 것이다) 다정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 안부를 대신하는 것. 안녕을 기원하는 것. 그것이 모두 인사에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인사란,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겠구나 느껴졌다. 버스를 탈 때, 식당에서 밥을 먹고, 택시에서 내릴 때 늘 인사를 한다. 인사에 인색하지 않다 생각했는데 구멍이 있었다. 늘 모든 이들에게 다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얼굴을 마주치는 사람에게는 인사를 하자. 다정함까지는 아니어도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 좋은 인사는 인간이 가진 매우 강력한 무기 중 하나입니다. - <좋은 기분>, 박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