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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Nov 05. 2024

수면방과 고구마방

에세이 러버는 또 에세이를 읽고 있다. 이번엔 카피라이터 노윤주 작가의 에세이. 대학생 때 고구마방이란 아이템을 생각했단다. 공강 시간에 학생들에게 방을 대여해주면서 고구마를 제공해주는. 동치미는 추가 요금. 게다 이곳에서의 인사는 ‘고구맙습니다’. 카피라이터답게 아이디어가 통통 튀면서 귀엽기 그지없다. 고구맙습니다라니. 나도 대학생 때 비슷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적이 있다. 고구마방과는 대조적인 수면방. 말 그대로 공강 시간에 어디 널부러져 있고 싶은데 널부러져 있을 만한 곳이 없어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노윤주 작가가 고구마나 동치미 그리고 고구맙습니다라는 인사를 생각해낸 것으로 대학교 안에 있으면 좋을 공간을 촘촘히 구상했다면 나는 철저히 개인적인 욕구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친구들에게 설파해 외면받았다. 그래도 꽤 구체적으로 생각했었는데 딱 몸 뉘일 공간만 있는 1인실이다. 2인실은 없으며 요와 베개(일회용 커버는 주어야겠지)가 있는 오롯이 수면방으로써의 공간. 요즘은 무슨 방, 무슨 방 아주 많이 생겼지만 펌프(모르는 분들은 검색해보길)가 유행하던 시절인 라떼?는 비디오방 밖에 없었다. 에세이를 읽다가 겉 포장은 아주 다르지만 알맹이는 꽤나 비슷한 아이디어에 신기해 글을 써본다. 그나저나 카피라이터는 대학생 시절부터 좀 남다르긴 했구나 싶다. 대학생 때도 수면방이라는 이름이 좀 음지스럽고 또 남,여를 어떻게 구분할 건지 어려움이 있었는데(여대라 여학생 전용으로 만들려는 계획이긴 했다 - 구상만 잔뜩) 노 작가의 방은 21세기 들어 게임기와 노래방 시설이 있는 새로운 방으로 재탄생된 듯하다. 그래도 고구마를 주면서 추가요금으로 동치미를 주며 고구맙습니다 라고 인사하는 고구마방은 어떤 방도 이기지 못할 것 같다. 21세기에는 사라진(것처럼 보이는) 따뜻하고 시원한 낭만이 느껴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나의 기질에는 공강 시간에 한 숨 푹 잘 수 있는 수면방이 더 맞아 보이지만 네이밍에서는 고구마방이 완승이다. ‘수면방 갈래?’보다 ‘고구마방 갈래?’가 훨씬 건전해 보이고 귀여우며 배부른 느낌으로, 이길래야 이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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