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탈의실에는 2개의 구두주걱이 있다. 플라스틱 구두주걱과 나무 구두주걱. 솔직히 마흔 살이 넘도록 집에서나 외부에서나 구두주걱을 써 본 적이 없다. 그러다 어느 분의 집에 갔을 때 그녀가 구두주걱을 쓰는 걸 보고 약간의 문화 충격을 받았다. 내 주위에 이 물건을 쓰는 사람이 있다니!! 그 후 나는 집에 구두주걱이 있나 찾아봐야지 마음먹었지만 몇달이 지난 지금도 구두주걱을 찾지 않고 있다.(없으면 사야지 하는 마음에 구두 주걱도 검색해봤지만 존재 유무를 확인하지 않았기에 소모적인 활동일 뿐이었다)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탈의실에선 꼭 구두주걱을 사용하게 된 점이다. 뭉툭한 손가락이 아닌 얄쌍한 구두주걱으로 뒤꿈치를 받쳐 안으로 밀어넣으면 발이 신발 속으로 쏘옥-(아주 스무쓰하게) 안착하는 기분이 꽤 괜찮다. 그래서 다짐했다. 구두주걱을 사용하자! 나만 알지만 이런 사소한 습관의 변화는 나름대로 삶에 환기 효과를 주는데 아주 작은 습관이 삶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친 김에 사소한 습관 몇 가지를 더 만들었다. 샴푸할 때 찡그리지 않기. 아이들도 찡그리는지 모르겠지만 어르신들은 샴푸할 때 보통 인상을 쓴다. 주름이 있어 인상을 쓰는 게 더 눈에 띄는 건지 인상을 써서 주름이 더 강해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샴푸할 때 누군가가 나를 본다면 평온한 표정이면 좋겠어서 다짐(물론 주름에 대한 걱정도 있다)한 것이다. 3가지는 맞춰야 할 것 같아서 하나 더 만들었다. 발끌지 않기. 한 겨울이 아니고서야 코천이 산책 때 크록스를 신는데 이 신발이 헐거덩 거리는 재질이자 핏이자 형태라 끝을 끌게 되더라. 그런데 반듯한 자세까지는 아니어도 반듯한 발걸음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발을 끌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요즘은 걸으면서 생각한다. 사소한 버릇이나 습관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도루묵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4년의 4분기에 바꾼 습관 3가지. 구두주걱 사용하기, 샴푸할 때 평온한 표정 유지, 발끌지 않기. 오늘은 꼭 집에 가서 구두주걱의 존재 유무를 확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