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튕기는 거 잘 못한다. 하고 싶지도 않다. 머리 굴리는 거 피곤하다. 하지만 그런 거 잘 하는 사람은 머리 굴리지 않아도 된다. 그냥 몸에 탑재되어 있는 거다.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겠지?' 하는 그런 센서 같은 것. 하지만 일에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너무 쉬워 보이지 않는 것. 너무 흔해 보이지 않는 것. 적당히 감추고 적당히 튕기며 적당히 래어한 척. 마케팅 기술이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어요.' 또는 '이게 마지막 제품이랍니다.' 내가 그런 것에 혹하지 않으니까 그런 기술을 쓰고 싶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런 기술을 쓰지 않아도 원하는 사람들은 찾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마음.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것에 혹한다. '왜 나만 고양이 없어.'도 대중에 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대중의 심리는 중요하다. 그들이 끌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세상(남 일)의 꽤 많은 부분에 무관심한 사람이다. 내 바운더리에 들어와야 관심을 가질까 말까 인데 기본적으로 바운더리에 들어오는 인간 및 이슈도 꽤 적다. 그래서 '남 이야기'하느라 인생의 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남에게 관심이 많아야 한다. '저 사람에게 필요한 건 뭘까.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이렇게 하면 좋아할까.' 등등 에너지의 촉수가 타인을 향해 있어야 그걸 기반으로 서비스를 최적화한다. 글쓰기 4주 워크숍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가끔 '마감'에 대해 걱정한다. "신청 인원이 다 차면 마감되나요?" "네 그렇습니다. 매번 개강 전에 마감되었구요. 이번에도 4분이 신청해서 마지막 1자리 남았습니다." 나도 한 번쯤 이런 멘트를 날려보고 싶다. 거짓말은 못하는 성격이라 저 멘트를 아무리 다듬어서 거짓말 아니게 포장한다 해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사실 수강생이 적은 건 튕기는 맛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수강생은 늘 3분이었어서 마감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난 왜 이렇게 솔직한 걸까. 전생에 거짓말만 하다 죽은 악인이 업보를 안고 환생한 걸까. 앞으로는 약간의 MSG를 쳐서 말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