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고 싶은데 포기가 안 되는 건 왜일까. 그건 미련이 남아서다. 그렇다면 미련은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해보면 된다. 그렇다면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미련이 남은 걸까. 잘 모르겠다.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온 정성과 힘]이라는 의미로 따진다면 정성을 다하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거 하나는 알 것 같다. 아직도 나는 내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것. 남들이 무엇을 원할까 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먼저다. 그래서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어제는 김광진의 노래 '편지'를 들었다. 남들은 헤어질 때, 혹은 헤어졌을 때 이 노래를 듣겠지만 나는 내 일을 놔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 노래를 들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직업으로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의 기질과 성향을 종합해 봤을 때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아마 내 주위의 현실적인 사람들에게 '이제 내려놓기로 했다'고 말한다면 애초부터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올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이 일을 하는 동안에 침묵으로 일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저것 혼자 부딪히는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고 뛰어나진 않지만 내 속엔 '창작자'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도 하나의 성과이다. 이 일을 시작했을 20대 후반처럼 마냥 현재와 미래를 긍정하며 살기는 어렵다. 나는 이제 40대고 자립해서 살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그럴려면 그 동안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고 조금 거리를 두는 것도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해서 될 일 이었다면 벌써 되지 않았을까.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말고 (내가 하는 일을 원하는 이들이) 없으면 없는대로 그냥 살자. 그렇게 걷다보면 또 다른 길이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