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 기본이 되는 건 ‘선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내 주장이다. 그렇다면 글쓰기에서 기본이 되는 건 무엇일까. 그건 어휘라고 본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맥락적으로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최소 단위의 표현. 그것이 바로 어휘다. 하지만 오해하지는 말 것. 내가 말하는 어휘는 박학다식에서 나오는 수려하고 풍부한 말이기보다는 글맛을 잘 살리는 단어를 말한다. 왜냐하면 너무 어려운 말은 멋있어 보이는 맛은 있어도 이해하기엔 또 너무나 먼 당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책이 아닌데도 모르는 단어를 발견할 때면 꿈 속 놀이터 흙밭에서 500원을 막 발견할 때의 기쁨과 동시에 이렇게나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야 하는 약간의 자괴감을 느낀다. 하지만 중요한 건 모르는 단어가 많다는 사실보다 이렇게 알게된 단어를 내가 까먹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글에 써먹을 수 있다는 사실! (하지만 99.9%는 까먹을 것 같다는 것이 내 해마력에 대한 솔직한 마음이다) 글맛을 잘 살리는 어휘란 자기만의 표현이다. 화가 날 때 모두가 ’화가 난다‘라고 쓰면 너무 재미가 없지 않은가. 김영하 작가가 대학교 글쓰기 수업에서 ‘짜증난다’라는 표현을 허락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의미다. ‘화가 난다. 울분을 토하다. 분노가 치밀다. 오장육부가 뒤틀린다.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벽을 쳤다. 바닥에 드러누워 버둥거렸다’ 등등 감정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떤 어휘를 사용할 것인가가 각자의 글에 색깔을 부여한다고 무려 김영하 작가가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어휘를 구사하기 위해선 다양한 표현을 찾아 습득하면 좋다. 책은 말할 것도 없고 팟캐스트(라디오)나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유튜브도 괜찮다. 나는 책에서도 몰랐던 단어를 채집하지만 주로 프로그램에서 자막(작가들의 센스는 응축된 유머집을 보는 것 같다)이나 유튜브 댓글에서 익숙하지 않은 표현들을 채집하는데 내 해마력을 믿지 못하기에 글쓰기 카페에 기록해 놓는다. 이 글 쓴다고 다시 찾아봤는데 역시 한 10번은 찾아보고 되뇌어야 외울똥말똥일 듯. 그래서 외우고 싶은 표현 하나 적어 보자면 [복구자비필고 (伏久者飛必高) 오랫동안 움츠리고 있으면서 힘을 비축해 온 새는,일단 날면 반드시 높게 치솟는다. 伏: 엎드릴 복,안을 부久: 오랠 구者: 놈 자飛: 날 비必: 반드시 필高: 높을 고 - 네이버 국어사전/채근담] 옛말은 가끔 틀린 것도 있지만 나이 들면서 보니 대개는 거의 맞더라. 이렇게 어휘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도 글 쓰는 이에겐 힘을 비축하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마쳐본다. (그런데 언제까지 움츠리고 있어야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