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라보 Jun 19. 2016

김기덕 <수취인 불명>

<수취인 불명> 속 <일대일> <해안선> <풍산개> <붉은 가족> 있다

역사 책보다 더욱 사실적인 한반도의 현대 역사를 총체적으로 담은 영화감독 김기덕의 <수취인 불명>은 한국인의 초상화 - 한반도의 부활을 꿈꾸다


1970년대 말,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한 마을 입구의 버스에는 양공주였던 창국 엄마가 혼혈 아들 창국과 단 둘이 살면서 미국에 간 흑인 남편에게 끊임없이 편지를 쓴다. 

그러나 편지는 늘 '수취인 불명'도장이 찍혀서 돌아온다. 개장수 개눈은 창국 엄마에 대한 연정으로 그들 모자를 돌본다. 창국은 '혼혈아'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받아 개눈 밑에서 개를 잡으며 생활한다. 

어렸을 때 다친 눈 때문에 폐쇄적인 성격인 은옥은 화방에서 일하는 지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눈을 고쳐주겠다는 미군 제임스에게 몸을 준다. 개눈은 자기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창국에게 가혹하게 대하는데...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수취인 불명>의 첫 장면은 어느 겨울 서리를 맞은 허허벌판 논을 사이에 둔 길가에서 은옥의 오빠가 미국 군인이 쓰다 버린 판자로 나무 총을 만들어 길을 사이에 두고 은옥의 오빠의 잘 못 된 조준에 의해 은옥의 눈을 총에 맞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김기덕 감독 <수취인 불명>의 첫 장면들

이 영화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반도의 역사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담은 작품이다. 작은 마을은 한반도를 상징, 개는 한국인과 한국 정신을 상징, 활은 한국인의 얼을 상징, 개 눈은 잇속에 따라 여기저기 붙으며 충성심이 있다는 동물 개보다도 충성심이 없어 보이는 정신을 상징, 홈 보이 사진관은 한국인의 머릿속을 상징, 두 교련복은 입은 학생은 한국인의 지식인을 상징, 한국인의 콤플렉스를 상징이자 새로운 세계를 열게 하는 혼혈아 창국, 과거에 집착은 혼혈아 창국의 엄마로, 창국이와 창국이 엄마가 거주하는 미국 공군이라는 푯말을 붙인 멈춘 빨간 버스는 과거의 희망 없는 역사를 상징, 같은 동포를 전쟁터에서 사살한 것을 자랑으로 삼는 정신이 절뚝거리는 지흠의 아버지는 한국의 아버지 상징, 딸의 눈이 아닌 곰돌이에 눈알을 박는 역할을 하는 한국의 어머니를 상징, 한국의 민중을 상징하는 지흠, 한반도에서 일어난 역사를 담고 있는 분단된 조국은 은옥으로 표현, 미국의 힘으로 한국 분단에 힘쓴 무기력한 한국인인 은옥 오빠, 그리고 미국으로 상징되는 제임스 등등...


북을 대표하는 풍산개의 색깔은 흰색이 일반적이며  황구로 표현되는 남한을 대표하는 개는 진돗개이다. 한반도에서 일어난 역사를 담고 있는 분단된 조국은 은옥은 풍산개와 진돗개의 합방 장면을 목격한 후, 한반도 민중을 상징하는 지흠과의 합방을 시도하지만, 그 시도는 지식인으로 상징되는 두 명의 교련복을 입은 이들로 무산이 되어 버린다. 

이후, 임신에 이른 은옥은  미국의 힘으로 한국 분단에 힘쓴 무기력한 한국인인 은옥 오빠에 의해 그녀를 임신시킨 범인이 지흠이라는 오해를 받고 민중을 상징하는 지흠은 무기력하며 분단에 책임이 있는 은옥의 오빠에게 구타를 당하고, 은옥의 온전한 눈을 희망하듯 곰돌이 인형의 눈알을 붙이는 일을 하는 은옥 엄마는 지식인으로 상징되는 학생들에 의해 임신한 은옥을 낙태시키고 한반도의 안정 열쇠를 얻는다. 

교련복을 입은 지식인으로 상징되는 두 명의 학생들의 행동은  김종영 교수가 말하는 '트랜스내셔널 미들맨의 이중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김종영 교수는 15년에 걸친 심층 종단 연구를 통해 "미국에서 비주류·소수자였던 유학생은 한국에서 주류·지배계급으로 거듭나며 미국 유학 지식인의 궤적을 통해 지식권력의 글로벌 작동 해부하고 미국 유학의 본질은 ‘양다리 성’이며 “미국 학위는 한·미의 지위 간극을 이용한 일종의 계급적 전략”이다 라는 결론을 내린다.

김 교수는 미국 유학파를 ‘지배받는 지배자’ 또는 ‘트랜스내셔널 미들맨 지식인’으로 규정한다. 지배받는 지배자는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계층 이론에서 ‘지식인’을 일컫는 말인데, 문화 영역을 지배하는 지식인이 스스로 지배계급에 속하면서도 경제 영역을 지배하는 자본가의 지배를 받는 모순적인 집단이라는 뜻이다. ‘미들맨’이라는 개념은 ‘미들맨 소수자 이론’에서 따온 것인데,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중간에서 둘 사이의 경제 활동을 연결하며 이익을 보는 계층을 말한다. 중세 유럽의 유대인, 동남아시아의 중국인, 아프리카의 인도인, 미국의 한국인 등이 여기 속한다. 미들맨들은 지배계층에게 지배받으면서 피지배계층을 지배하는 모순적인 위치에 놓인다. “미들맨 소수자가 식민지적, 전근대적 상황에서 출현하듯 트랜스내셔널 미들맨 지식인은 한국 학계의 지적 식민성과 전근대성 속에서 탄생한다 (…) 트랜스 미들맨 지식인의 주요 생존 전략은 미국에서 생산된 지식을 빨리 받아들여 한국의 로컬 지식인들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 트랜스 내셔널리티(초국가성)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교육과 직업 기회 간의 연결, 변형, 초월을 의미한다. 미국 유학 지식인은 유학을 통해, 그리고 추후에 한국 또는 미국의 대학이나 기업에서 일하면서 정체성, 아비투스(취향 혹은 성향 체계), 로컬리티의 변형과 ‘양다리 성’을 경험한다.”

한국의 지식인을 상징하는 두 명의 교련복을 입은 이들의 첫 장면은 지흠이를 엉덩이로 밀어 논두렁에 빠뜨리는 것이다. 이 장면 조차도 미들맨들 사이의 권력관계를  보여주는데 지흠을 밀어 논두렁에 빠뜨리는 지식인을 상징하는 이는 또 다른 지식인을 상징하는 이에게, 그 두 지식인은 한국 안의 지흠이 같은 피지배층의 피땀 흘려 벌은 돈을 삥땅 하면서도, 또 다른 그의 지배자에게 상납하고 일대일의 지분이 아닌 훨씬 낮은 지분을 받는 , 즉, 그는 그가 지식인이면서 또 다른 지식인에게 생활 속에서 지배를 받으며 지내는 자임으로 미들맨의 미들맨으로써의 역할을 보여준다. 

김종영 교수가 말하는 "트랜스 미들맨 지식인의 주요 생존 전략은 미국에서 생산된 지식을 빨리 받아들여 한국의 로컬 지식인들에게 판매"는 김기덕의 <수취인 불명> 속에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트랜스 미들맨 지식인의 주요 생존 전략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포르노 잡지를 받아들여 한국인을 상징하는 지흠에게 판매(?)하여 전파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전파된 포르노 잡지를 매개로 하여 남한과 북한 혹은 한반도의 땅과 민중 (은옥과 지흠)은 합일을 맞이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지식인으로 상징되는 트랜스 미들맨의 방해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한반도의 땅과 정신은 오히려 그들에 의해 무참하게 윤간당해 찢긴 채로 방치된다. 

공부할 기회를 받지 못한 지흠은 트랜스 미들맨 지식인의 콩글리쉬에 무참하게 밟히지만, 트랜스 미들맨의 지식인들은 학교 교육을 받지 아니한 한국 사회에서 무시당하는 혼혈아인 창국의 길거리 영어에 무참하게 깨진다. <수취인 불명> 속에 나온 지식인들은 세계 지식인과의 한 판을 꿈꾸지 않는다. 이들은 좁은 한반도의 남한 안에서 지배자의 지배자로서 삶을 꿈꾸고 영위하며 이들은 인류를 대상으로 연구하지 않는 듯 그려진다.  

은옥의 강아지로 상징되는 아직 자라지 아니한 한반도인은 트랜스 미들맨인 지식인의 손에서 보신탕으로 팔려나갈 위기를 민중의 손인 지흠의 손으로 구한다. 보신탕 집 앞 7 클럽은 미군 공군 조직 상징이고 보신탕집은 한국인이 한국인을 잡아먹는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하여,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수취인 불명> 속에서 등장하는 강아지들은 한국인임과 동시에 한국인이 잊고 사는 동포애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아우르는 한 자궁에서 나온 인류의 동포애를 갖고 살아야 할 사람들은 오히려 동포애를 간직한 개를 먹는 자리 바꿈이 일어난다. 결국, 개는 사람을 상징하고 개만큼도 못하는 인간들은 개를 상징하는 것이다. 

제7공군(영어: Seventh Air Force)은 대한민국 오산 공군 기지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미국 태평양 공군 예하의 서수 공군 조직으로 주한 미군에 공군 전력을 제공하고 있다. 제7공군 사령관은 한미연합군사령부 예하 합동 공군 구성군사령부(ACC) 사령관을 겸임한다.


근본적으로 무기력한 지식인들로 상징되는 교련복을 입은 두 명 중 한 명은 민간인으로 상징되는 지흠의 한민족의 얼로 상징되는 화살을 맞고, 나머지 한 명은 경찰서 유치장에서 만나는데, 그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한반도의 윤간을 자랑삼아 이야기한다. 자신의 자살을 위해 숨겨왔던 철사 덩어리를 유치장 화장실에서 싼 지흠은 철사 덩어리를 풀어 지식인을 상징하는 그의 목을 조른다. 

정신이 절뚝거리는 지흠의 아버지는 개눈을 백정이라며 멸시하는 듯 보이지만, 그 자신도 개눈의 눈치를 보며 경제적으로 개눈에게 의존하고, 자신의 개(한반도의 정신)를 기회주의자인 개눈에게 팔지만, 개는 한반도의 얼을 상징하는 화살을 맞고 다시 지흠의 아버지 집 앞마당에 돌아와 죽음을 맞이하고 이런 강아지의 넋을 기리는이는 민중으로 상징되는 지흠뿐이다. 


또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지흠의 아버지는 인민군 소좌의 시신과 함께 딸려 나온 권총을 개눈에게 팔아넘기고, 개눈은 한반도인과 정신을 상징하는 개를 이 권총으로 사살한다. 개눈은 그의 첫 장면에서 한국인의 어두운 단면을 상징하는 검정개를 야구 방망이로 두들겨 죽이는 것에는 성공하지만, 그의 마지막 장면에서 한국인의 새 아침을 여는 백구를 벼농사가 끝난 논에 풀어놓고 총격을 가하지만 백발백중인 그의 총격은 빗나가고 그는 새로운 나라의 상징을 알리는 창국에게 오히려 개죽음을 당한다.  

동향(homeboy) 김씨의 초상화 전문점에는 동향인을 그린 초상화는 찾기 힘들고 외국인의 초상화만 잔뜩 진열되어있다. 한국의 얼을 상징하는 백호는 한쪽 벽면을 채우고 이 모든 상황을 시퍼런 두 눈으로 한국인의 머릿속 같은 동향 김씨의 사진관 속을 지켜보고 지킬 뿐이다. 

민중으로 상징되는 지흠은 분단으로 상징되는 은옥에게 한반도의 분단을 상징하는 그녀에게 통일을 상징하는 초상화를 그려주지만 하필 이 구역이 '미국 정부 재산 통행금지'지역이다. 또한 미국 군인 제임스가 이 곳을 분단을 상징하는 은옥을 자전거에 태우고 지나갈 때, 개눈이 한국인의 정신과 한국인을 상징하는 개와 한반도의 열등감과 새 나라를 여는 힘의 상징인 창국을 넣는 빈 개 우리를 싣고 교차하며 미국 군인 제임스와 은옥에게 하는 이야기는 <수취인 불명>의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에 의지하고 사는 창욱의 엄마로 상징되는 역사적 기억은 한민족의 민중의 마음의 양식을 갉아먹고 훔쳐먹는, 한민족의 콤플렉스를 키우고 자라 게하는 근원이 된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이 한 민족의 콤플렉스로 상징되는 창욱에 의해 폭행을 당하면서도 그를 보호하고 잇속에 따라 움직이는 개눈에 의해 위로를 받는 것으로 영화 속에서 표현된다. 결국 과거의 기억 속 미군의 이름이 그녀의 가슴에서 지워진 채로, 사고로 죽은 콤플렉스 아들 창욱과 함께 움직이지 아니하는 역사의 수레(버스) 안에서 함께 불타 죽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한국의 민중을 상징하는 지흠은  한반도에서 일어난 역사를 담고 있는 분단된 조국인 은옥과의 합방 대신, 그녀의 한민족의 얼로 상징되는 강아지와의 자위를 지켜볼 뿐이고 분단된 조국의 통일 대신, 그것을 상징하는  두 눈이 온전한 그녀의 자화상으로 밖에 그릴 수 없다. 어리석은 민중들은 한쪽 눈으로 살고 있는 분단된 조국의 상황을 놀림감으로 여길뿐이다. 

분단된 조국이 통일의 기미를 미국으로 상징하는 군인인 제임스에 의해 이루어지는 듯 하나, 이도 물거품으로 사라져 버리고 다시 은옥은 한쪽 눈으로 살아야 하는 한반도의 분단된 상태로 살아간다. 그가 은옥에게 처음 접근한 장면은 중의성이 함의되어있다. 여타 다른 <수취인 불명>의 장면들처럼...

제임스는 은옥에게 '코카 콜라 좀 줄까?'라며 접근 하지만 그가 쓴 코카콜라의 약자 '코크'(coke = 코카인)는 코카인을 상징하는 언어도 될 수 있다. 제임스는 미국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 자신은 미국의 국민으로서 미국 국민의 한 개인을 동시에 상징한다. 이러한 제임스라는 인물로 미국 시민의 개인과 미국의 상징성을 그의 한 몸으로 화면에 담았는데, 그의 눈에 가시화되지 않은 '적'을 향한 혹독한 타국인 한국에서의 훈련은 그로 하여금 미치게 만드는 일이며 약물에 의존하지 아니하면 살 수 없는 미국 국민 개인을 나타낸다 볼 수 있다. 오히려 한국인의 북에 대한 방어를 도와주러 온 미국이라는 시스템 속의 개인이지만, 오히려 자신이 미쳐버리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그는, 분단된 몸을 상징하는 은옥에게 연민과 엄마의 향수를 느끼며 결국에는 한국인의 민중으로 상징하는 지흠과 한국인의 얼을 상징하는 화살에 생식기관이 맞는 참사가 벌어진다. 

창욱의 어머니가 죽은 창욱이의 시체를 껴안고 움직이지 아니하는 버스 안에서 화제를 일으켜 죽은 후 그녀가 고대하고 기다리던 답장은 바람에 떠밀려 한반도의 추수 후 텅 빈 벼 밭에서 여전히 훈련받고 있는 미군에 의해 읽힌다. 하지만 우리는 그곳에 무엇이 어떻게 쓰여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그 답장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영화 <수취인 불명>의 첫 장면일지라... 누가 은옥의 한 쪽 눈을 앗아간 그 총을 부여잡고 있는가? 



<김기덕 감독 영화 리뷰 모음집>



김기덕 감독 수취인 불명 다시 보기 - 이 링크가 불법인지 합법인지 모르겠다. 이 영화가 불법으로 올려진 것이라면 곧 삭제하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