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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네피스 Nov 09. 2016

혼자가 어때서?

나도 말하고 싶다고요. 


어느 날 불쑥, 권고사직을 받았다. 

서른을 코 앞둔 날이었다. 직종을 바꿔 취업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을 때였다.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쨌든 그마저도 내 탓인 것만 같아 마음이 울적했다.

2시간이 넘는 퇴근길,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고 깊은 잠에 빠져 모든 걸 잊고 싶었다.

집에 도착하니 가족들이 늘 그렇듯 거실에 모여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인사할 힘도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그런 날이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을 때,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씩씩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나는 비로소 홀로 있을 때 마음껏 슬픈 할 수 있었고, 울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항상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으라고 말했다. 

그들은 항상 나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고 서운함을 어필했다.

나는 항상 고민이 생기면, 그 고민을 충분히 곱씹는 시간이 필요했다.

누군가의 위로보단 나 스스로 그 문제를 받아들이고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할 때까지의 충분한 시간.

나 스스로 문제를 마주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기 쉽다.

아니, 어쩌면 이것 또한 핑계일지 모른다. 나는 그냥 문제를 확인 후 수많은 핑계를 만들어 놓아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존재다. 그들의 반응이 항상 내 편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 안에서 내 잘못을 꿋꿋이 찾아내는 사람들에게 지지 않을 

오롯이 나를 위한 핑계를 만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것이 자존감이 낮은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나라고 울며불며 말하고 싶은 순간이 없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도 혼자 있는 시간을 택한다. 그리고 항상 내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스스럼없이

내뱉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 결국, 혼자 앓는 나의 모습이 가장 안타까운 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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