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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 시라카와고

by 평택변호사 오광균
이 글은 함께 여행한 두 명의 저자가 참여하였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에서는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오변이, <강쉡의 먹방일기>에서는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강쉡이 썼습니다.


오변의 여행일기


교토에서 신칸센을 타고 가나자와로 갔다. 여기서부터 JR전국패스 21일권을 개시했다. JR전국패스는 가장 긴 것이 21일권인데 엄청나게 비싸다. 그래도 일본은 교통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이동이 잦으면 이 패스가 유리하다. 일본은 소득이나 물가에 비해 교통비가 너무 비싼데 그 이유를 꼭 민영화 때문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게 민영화 전에도 비쌌기 때문이다. 철도도 비싸고 고속버스도 비싼데, 그나마 렌터카는 좀 저렴한 느낌이지만 고속도로 통행료가 엄청 비싸다. 그나마 돈을 아끼려면 철도보다는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게 좋은데, 신칸센을 타지 않는다면 고속버스가 가격도 싸고 걸리는 시간도 더 빠를 때가 많다. 그런데 고속버스는 자리가 어마어마하게 좁다. 앞뒤 자리가 좁다기보다는 어깨 폭이 너무 좁아서 아무리 친한 사이끼리 앉는다고 해도 무척 불편하다. 그런데 혼자 여행을 다니거나 일행이 홀수라면 낯선 사람과 같이 앉아야 할 수도 있다. 외국인은 철도패스를 살 수 있으니 그나마 철도비용을 좀 아낄 수 있는 편이다.


가나자와는 호쿠리쿠 지역의 중심지이다. 사실 일본 여행을 계획하기 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곳인데, 에도 시대인 17세기 후반에는 인구가 10만이 넘어 도쿄, 오사카, 교토 다음으로 나고야와 4위, 5위를 다투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쇠락하여 인구수로는 30위 밖에 들어가는 작은 도시이다. 작은 도시라도 해도 인구가 약 46만 명으로 호쿠리쿠에서는 가장 큰 도시다. 한국과는 전주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호쿠리쿠 지역은 지형상 겨울에 강설량이 많아 눈을 구경하려 여행을 많이 온다. 신칸센도 개통되어 있어 돌아다니는 것이 엄청 불편하지는 않은데 철도가 뒤집은 U자 모양으로 개설되어 있기 때문에 그 중간을 가로질러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장기여행자로서는 동선을 짜기 참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철도가 아주 촘촘한 것도 아니라서 요즘 들어 유명해진 관광지 시라카와고는 철도로는 갈 수 없어 결국 버스를 타야 한다.


가나자와는 한국식 독음으로 읽으면 금택이다. 금 연못이라는 뜻인데 옛날 고구마를 캐서 씻다가 사금이 나왔다는 전설이 있다. 그것과 연관이 있는지 금박 제조는 전국 점유율이 98%, 은박은 100%에 달한다. 전통 제조업과 공예품이 유명하여 섬유공업과 염직가공업이 발달했고, 1인당 화과자 구입액이 전국 1위인 곳이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겐로쿠엔이라는 정원이 제일 볼만하고 가나자와 성이나 21세기 박물관도 많이 간다고 한다. 한국인에게는 윤봉길 의사가 이곳 가나자와에서 순국하였기에 뜻깊은 곳이기도 하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가나자와 야산에 있는 육군 작업장에서 사형을 당하였고 이시카와현 노다산 공동묘지에 암매장되었다가 후에 유해를 발굴하여 현재 효창공원에 안장하였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던 교토에 있다가 가나자와 역에 도착하면 갑자기 사람이 없어져 이제 좀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행은 역시 대도시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가나자와 역은 이용객이 아주 많지 않은데 그에 비해 아주 웅장하다. 역 앞에는 갈색으로 된 거대한 기둥 두 개가 있는데 ‘츠즈미몬’이라고 한다. 츠즈미는 한국의 장구와 비슷하게 생긴 일본 전통 타악기인데 그러고보니 기둥이 장구처럼 생긴 것 같다. 기둥 뿐만 아니라 그 앞에 분수도 상당히 거대하다. 조명을 이용해서 글자와 그림을 나타내는데 꽤 재미있다. 그런데 이용객이 아주 많지도 않은 기차역에 이렇게까지 힘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AF1QipMC7CwPOQdnOcGBneFcufxBor4x-gm9z0ZpqPyM=s1360-w1360-h1020 가나자와 역 (출처 : hlys82 @google maps)


우리는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겐로쿠엔으로 갔다. 겐로쿠엔은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다. ‘일본 3대’로 시작하는 것은 58,000개쯤 있는데, 일본 3대 정원은 겐로쿠엔 외에도 오카야마의 고라쿠엔, 미토의 가이라쿠엔을 꼽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모두 에도시대 다이묘 정원이다.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20세기 초부터는 이 세 곳이 일본 3명원으로 통칭되고 있다고 한다.


B963D088-3864-4B46-94F8-40D5EBFF67EE_1_201_a.heic 겐로쿠엔 연못


겐로쿠엔은 1583년 이 지역의 번주 마에다 토시야가 가나자와 성 옆 토지에 조성하기 시작하여 마에다 가문에 의해 수백 년에 걸쳐 조성되었다. 다른 일본 정원과 마찬가지로 벚꽃 명소라고 한다. 언덕 내지는 산 위에 지어져 있는 데다가 규모가 굉장히 큰데, 그 명성에 비해 찾아가는 길 안내는 무척 부실해서 더운 날씨에 굉장히 헤매다가 겨우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겐로쿠엔 입구에는 마치 유명 관광지 신사 앞처럼 목조 건물이 늘어선 상점가가 형성되어 있는데 문을 닫은 곳도 많고 이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뭔가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 상점가를 지나면 입구가 나오는데 우리가 갔을 때에는 매표소가 마침 공사 중이어서 임시 매표소로 들어가야 했다. 매표소 직원들은 굉장히 친절한데 일본의 관광지답게 출입구 관리가 엄격하지 않아서 사실 표를 끊는 것은 양심에 맡기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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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로쿠엔에 들어가기까지도 언덕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또 언덕이다. 그래서 관람을 할 때 체력이 많이 필요한데 일본 답지 않게 자판기가 별로 없다. 정원 전문가가 아닌 문외한 입장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가 보았던 다른 일본 정원과 달리 주변보다 굉장히 높은 곳에 조성되어 있어서 몇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아무래도 언덕 내지는 산 위에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정원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좋지만 물의 양이 많이 부족하다. 물의 순환이 잘 되지 않으니 더럽고 벌레가 꼬인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많고 입장료도 싼 편이 아닌데 그 돈은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곳에 조성되어 있어서 특이한 것이 하나 있는데 인공 펌프가 아닌 오로지 위치에너지만으로 분수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그 분수가 특이하다는 생각보다는 물이 너무 적고 더럽지 않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큰 연못에 다리가 두 개 달린 특이하게 생긴 등롱이 있는데, 바로 '고토지 등롱'이다. 고토지는 거문고에서 현을 지탱하는 굄목인 '기러기발'을 뜻하는 말인데, 이 등롱의 발이 기러기발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겐로쿠엔의 상징과도 같다. 이 등롱은 여러 번 쓰러져 훼손되었기에 초대 등롱은 겐로쿠엔 관리 사무소에 보관하고 있고 현재의 등롱은 1975년에 세워진 것이다.


CBCBA37E-2BEC-44CD-AC3C-F93BC23AE582_1_201_a.heic 겐로쿠엔 고토지 등롱


이곳은 '미슐랭 관광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았다고 하는데, 미슐랭 가이드는 동양의 문화유산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소수의 서양인의 관점에서 주관적으로 작성된 것이라 별로 신뢰할 수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겐로쿠엔은 다른 일본의 대형 전통 정원과 비교해 볼 때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원은 하도 갈고닦고 해서 나무나 풀이 가지런한 것이 특징인데 이곳은 우리 동네 아파트 정원처럼 방치해 놓았다가 어쩌다 한 번 다듬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가나자와 성 공원 쪽에 있는 작은 정원인 교쿠센 인마루 공원의 정원이 더 일본 스럽지 않나 싶었다.


A7D0AA95-212C-4D74-9D74-858E7F23E78D_1_201_a.jpeg 교쿠센 인마루 공원


그런데 정원이 성보다 높은 곳에 있으면서 성을 내려다보는 위치이면 안보에 취약하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겐로쿠엔에서 나와 가나자와 성으로 갔다. 이곳은 겐로쿠엔을 조성한 마에다 가문이 건립한 거성으로 겐로쿠엔은 이 가나자와 성에 부속된 정원이다. 성 주위의 해자는 대부분 소실되었고 일부만 남아 있다. 일본 성의 랜드마크와 같은 천수 역시 소실된 후 복원되지 않았다. 워낙 뙤약볕이라 오래 산책은 할 수 없었다. 공원 내에 ‘마메카라 차야’라는 훌륭한 숍이 있는데 이 곳에서 더운 날씨를 피해 빵빵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아름다운 가나자와 성을 감상할 수 있다.


D8A2DEB6-845C-426C-BE9B-606F5FE5AADE_1_201_a.jpeg 가나자와 성


우리는 땀을 좀 식히고 오야마신사로 갔다. 오야마신사는 관광지로는 크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3층으로 되어 있는 신문이 볼만하다. 국가 지정 중요문화재인 신문은 토리이를 지나면 나온다. 1875년에 만들이진 이 신문은 총 3층으로 되어 있는데 1층은 아치 골조로 되어 있고 특이하게도 3층은 사방에 네 가지 색 유리로 둘러 싸여 있다. 예전에는 이곳에 불을 밝혔다고 한다. 이 신문이 다른 신사와 다른 것은 일본, 중국, 서양의 건축양식이 모두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주 이색적인 곳이다.


8E1B1A41-7B3A-4111-B78B-EAFE62EAE373_1_102_a.jpeg 오미야신사 신문


다음날 우리는 시라카와고로 갔다. 교토에서 가나자와를 간 것도 사실 시라카와고를 가기 위해서인 이유가 크다. 시라카와고는 겨울 설경으로 유명하지만 겨울이 아닌 때에 가도 풍경이 매우 독특하고 아름답다. 가나자와에서 갈 때는 버스를 타고 1시간 15분 정도 걸리는데, 만약 도쿄에서 간다면 가장 가까운 도야마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다시 버스를 타거나 신칸센을 타고 가나자와로 와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도쿄에서 가는 버스도 있다고는 하는데 6시간 반에서 7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다. 인구는 1,600명 정도로 한적한 농촌마을인데 1995년에 일찌감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이곳은 단체관광으로도 많이 오는 곳이다. 관광버스 주차장에 버스가 많이 주차되어 있었으니 아마 관광객이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 마을이 워낙 넓기도 하고, 단체관광으로 오는 사람들은이 마을을 산책하기 보다는 유명한 곳 몇 포인트만 콕 찝어서 가기 때문에, 그런 곳만 빼면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데 단체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포인트가 특별히 더 좋은 곳도 아니다.


29564338-457E-488B-AA2D-636257A087B9_1_201_a.jpeg 시라카와고에서 나름 번화가


개별 여행자는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내리는데 내리자마자 벼가 자라는 논과 시라카와고의 상징과도 같은 갓쇼즈쿠리가 나타난다. 갓쇼즈쿠리는 합장하다는 뜻인데 지붕이 마치 합장하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의 초가집과도 비슷하게 생겼지만 지붕이 굉장히 두껍고 경사가 급하다. 갓쇼즈쿠리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 생겨난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에도시대 후기부터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못을 쓰지 않고 나무에 홈을 파서 합각으로 어긋매에 끼워 건축하여 눈의 하중을 견디고 지진 등 자연재해에 견딜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마루 바닥에는 못을 사용하였는데 이 못이 서양못인지 화못인지에 따라 축조시기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한다.


75032AA0-33F1-4EF0-AF9A-4BA48B602475_1_201_a.heic 시라카와고 갓쇼즈쿠리


갓쇼즈쿠리는 일부는 관광용이지만 대개는 실제로 사람이 거주하거나 창고나 농막 등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함부로 들어가거나 아무 집에서나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한다.


갓쇼즈쿠리 내부를 볼 수 있는 건물이 있는데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1층에는 이런저런 생활 도구와 누에 치는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세모난 지붕 안 쪽을 볼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지붕을 올릴 때에는 나무로 뼈대를 먼저 세우고 그 위에 짚은 얹어 끈으로 묶는 식으로 되어 있다.


0C6496B5-CDD3-4C70-9DDA-37E68608A73F_1_201_a.heic 갓쇼즈쿠리 2층


갓쇼즈쿠리는 모두 동서 방향으로만 건축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집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되어 있으니 한쪽에서 보면 모두 세모지붕을 볼 수 있어서 그 풍경도 매우 독특하고 아름답다.


시라카와고는 벼 외에도 연도 많이 키우고 있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장관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기에 대형호텔 같은 건축물을 새로 짓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 농촌 마을의 모습이 잘 보전되어 있지만 그만큼 숙박이 어렵기도 하다. 또 관광지가 되어있다 보니 큰길에는 당연히 온갖 기념품을 파는 상점으로 상업지구가 구성되어 있고 물가도 비싼 편이다.


ED758D51-FAFF-4311-8F96-0AC836B25BB2_1_201_a.jpeg 갓쇼즈쿠리 2층에 올라가서 본 시라카와고


시라카와고의 한가운데를 쇼가와 강이 가로지르는데 중간에 오기마치 다리라고 하는 흔들 다리가 있다. 바닥이 뻥 뚫린 다리가 아니라 포장되어 있고 넓이도 넓지만 약간 흔들흔들해서 제법 무섭다.


이 다리를 건너면 <시라카와고 갓쇼즈쿠리 민카엔>이라는 민속촌이 나오는데 입장료가 비싸고 민속촌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주변에 갓쇼즈쿠리가 널려 있어서 그런지 입장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였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쇼가와 강의 물이 상당히 맑고 수량도 풍부해서 민속촌에 들어가지 않고 강가 둔덕에 앉아 쇼가와 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거나 근처를 산책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373D9A9F-18A4-4B81-B4A3-AB211AD18B88_1_201_a.heic 시라카와고를 가로지르는 쇼가와 강


시라카와고는 아무 곳이나 찍어도 인스타에 올릴 수 있는 사진이 되고 관광객이 많은데도 워낙 조용하고 한적하다. 마트가 없어서 이곳에서 살라고 하면 오래는 못 살겠지만 며칠 묵으면 힐링이 될 것 같은 아름다운 농촌마을이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쓰르라미 울 적에>가 이곳 시라카와고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에 나왔던 집이나 창고, 신사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고 기념품 상점에도 그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상품을 많이 팔고 있다. <쓰르라미 울 적에>를 보고 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이번엔 여름에 왔지만 겨울에도 오고 싶어지는 곳이다.




강쉡의 먹방일기


JR을 타고 가나자와 역으로 왔다. 이시카와현에 있는 가나자와시는 아직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 그런지 상대적으로 한적하다. 유리 돔으로 지어진 역을 나오면 가나자와 역을 상징하는 목조로 지어진 쓰지미문이 있다. 조그마한 소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큰 구조물은 방문객으로 하여금 기념촬영을 하게 하는 매력적인 건축물이다.


짐을 맡기고 버스를 타고 가나자와 공원으로 갔다. 공원에서 성을 구경하고 일본 3대 정원이라고 불리는 겐로쿠엔까지 갔다 올 수 있는 코스다. 언덕으로 이어지는 가나자와 공원은 성곽처럼 가나자와 성을 둘러싸고 있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예쁜 정원인데 안쪽으로 숲길이 연결되어 있다. 햇빛을 피해 숲 속으로 들어가 산책을 하다 보면 어느새 산등성이를 넘고 있는데 언덕에 전망대가 있다. 천수각이 없는 가나자와성 대신 가나자와 시내 경치를 보기 좋다.


CCD03A13-82F0-420D-96CC-315C1EEF80AD_1_201_a.jpeg 가나자와 공원 전망대에서 본 가나자와 시내


겐로쿠엔은 일본 3대 정원으로 불릴 만큼 크고 넓었다. 입구가 여섯 군데나 된다고 한다. 11만 평이나 되기 때문에 입구에서 안내 가이드북을 챙겨 산책할 곳을 정해 놓고 돌아다니는 게 좋다. 정원에는 메인 연못을 비롯한 여러 개울들이 있어 아기자기하면서도 조화로운 경치를 보여준다. 역사가 오래되어 큰 나무들도 아주 많은데 쓰러지려고 하는 거목들을 지지대로 받쳐 놓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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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ining |


묵고 있는 호텔 옆 합리적인 가격의 런치세트를 파는 퓨전양식 집을 찾아가보았다. 음료, 샐러드와 함께 나오는 런치세트를 파는데 그때그때 다양하게 메뉴를 변경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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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조림덮밥


푹 조린 삼겹살에 데리야끼 소스를 곁들였는데 윤기가 좔좔 흐르는 삼겹살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조그마한 컵에 담긴 건 심플한 맛의 미역국이었다.


플레이팅 된 겨자 소스를 곁들여 한입 먹으니 진한 고기의 감칠맛을 올려주고 느끼함을 잡아 준다. 부들부들한 고기가 잡내 없이 고소하다. 삼겹조림 덮밥에 실고추와 쪽파 고명이 올려져 있어 퓨전 한식 같은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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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스파게티


나폴리탄 스파게티는 양식을 일본식으로 재해석한 대표메뉴라고 할 수 있다. 들어가는 재료에 비해 맛이 잘 나오기 때문에 나도 메뉴개발을 할 때 종종 만들기도 했다. 보통 케첩을 베이스로 굴소스나 간장 등을 배합하는데 이 집은 특이하게 케첩과 토마토소스를 배합하여 토마토 맛이 더 진하고 프레시하게 났다. 얇게 슬라이스 된 햄과 소시지가 토마토 맛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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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에 나오는 샐러드는 심플한 그린 샐러드에 렌치드레싱을 곁들였다. 가니시인 오이와 당근을 슬라이스로 올려 플레이팅 하여 재미를 준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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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우리는 일찍 일어나 시라카와고로 가는 버스를 탔다. 가나자와에 머문 이유는 여기 시라카와고를 가기 위해서였다. 시라카와고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갓쇼즈쿠리라고 하는 세모난 지붕의 집들이 모여 있는 산골마을이다. 가기 전부터 꽤나 기대했던 동네였고 다행히 가는 날 날씨는 맑았다.


산에 둘러싸인 마을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이다. 어린 날 집을 그려보라고 하면 항상 세모 지붕으로 그리는데 그런 동심이 구현된 마을 같다. 지붕이 세모지게 된 이유는 눈이 어마어마하게 내려 집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시라카와고는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데 눈에 둘러싸여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사계절의 모습을 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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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제일 큰 와다케 하우스는 지금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박물관처럼 되어 있는데 매우 크고 넓다. 이층을 올라가면 짚으로 엮은 갓쇼즈쿠리 양식 지붕의 내부와 양잠으로 생활했던 배틀과 생활물품들을 볼 수도 있다. 마을에서 제일 큰집인 만큼 전경이 훌륭한데 개인적으로 이곳에서 본 마을 풍경이 유독 예뻐 기억에 남는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삼각형 모양의 지붕이 유난히 안정감을 주어 기분 좋은 힐링이 되는 마을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우리는 평소에 잘 사지도 않던 기념품을 이곳에서 마구 사들였다. 삼각 지붕 집 디자인이 너무 사기인 것 같다.


여담으로 여기는 ‘쓰르라미 울적에’라는 애니의 배경이 된 마을이라 오타쿠들의 성지순례 마을이라고도 한다. 나도 예전에 봤던 기억이 있어 애니의 배경 장소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기도 했다.



게아키 |


관광지이기 때문에 음식 가격이 어느 정도 나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생각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메인 거리에 있는 토속 음식점을 들어갔는데 실내에 넓은 통창을 설치에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우리는 먹지 않았지만 이곳의 전통 요리인 호바 미소 정식도 판매하고 있다. 호바잎에 미소를 깔고 채소나 고기를 구워 먹는 전통 요리인데 예전에 방부 효과가 있는 호바잎으로 식료품을 보관했다가 꺼내어 구워 먹던 방법이 개량되어 만들어진 토속 요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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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정식&소바정식


원하는 면요리와 사이드로 덮밥을 선택할 수 있는 세트메뉴인데 가성비가 좋다. 시라카와고의 정갈한 느낌에 어울리는 깔끔한 국물맛과 산에서 나는 지역 특색이 돋보이는 죽순, 유부등의 고명이 어우러져 있다. 각각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올린 덮밥을 시켜 나눠 먹었는데 불맛 나는 고기가 고슬고슬한 밥과 궁합이 좋아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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