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숲에 바람이 불면
바람은 도시의 또 다른 언어라고 정의를 내렸다. 빌딩 안 사람들의 속내를 읽어 내는듯한 움직임, 말보다 행동의 사연들을 목도하는 잔향이라고 생각하면 볕 좋은 날에도 빌딩숲엔 바람이 잦다.
침묵은 바람을 타고 빌딩숲을 휘돈다. 생명 없는 곳에서 생명이 자라고 끊임없이 삶이 자라듯 각각의 하루들이 층층이 쌓인 빌딩숲으로 바람이 자란다. 가끔, 아니 자주 무심한 얼굴 아래 감춰둔 피로가 제 빛을 띤다. 날마다 새로운 감정은 일정하게 정리되고, 상황은 옳은 방향으로 편집 된다. 항상. 감사한 일이다.
도시는 시간을 양보하지 않는다. 마음은 가끔 시간과 종종 팽팽하게 맞서다가 멈추곤 할 때가 있다. 그것은 마치 고요함을 가장한 침묵과도 같다. “침묵은 견디는 과정이다. 굴복하지 않고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견딤.” 견딤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옳은 것으로 다독인다.
퇴근 길 내 등 뒤로 우뚝 솟은 빌딩에 어둠이 겹겹이 내린다. 하나 둘 채워지는 네모난 불빛들이 내 책상 위 5단 서류함에 채워지는 서류 같다.
시 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 그래서 그 바람의 첫 장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