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의 집

출근 전, 나만의 예열 공간

by 오륜록





하루의 온도는 아침에서 시작된다


출근 전의 아침.

어떻게 보면 하루 중 가장 짧고, 가장 바쁜 시간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씻고,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기고,

커피 한 잔을 입에 물고,

집을 나선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루 전체를 위한 온도와 리듬을 설정한다.


마치 자동차가 시동을 걸고 예열하듯,
집 안의 아침 공간은
우리의 뇌와 감정, 움직임에 ‘시작의 각도’를 만들어준다.





‘출근 준비’라는 행위 뒤에 감정이 있다


아침에 씻고, 옷을 갈아입고, 외출 준비를 하는 일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단순한 루틴일 뿐이다.


하지만 그 모든 루틴 뒤에는 보이지 않는 감정의 층위가 있다.


씻을 때의 긴장감

옷을 고를 때의 기분 조율

나가기 전, 현관 앞에서의 다짐 혹은 망설임


이 모든 작은 감정들이 공간의 구조와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좁은 욕실에서 서로 부딪히며 씻는 아침과,
빛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욕실에서 여유 있게 나를 정돈하는 아침은
전혀 다른 하루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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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을 때의 긴장감, 나가기 전, 현관 앞에서의 다짐 혹은 망설임






집은 아침에 ‘나를 응원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아침의 집은 효율만 강조된 공간이 되어선 안 된다.


오히려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은
나를 다잡고,

감정을 정리하고,

마음을 채우는 역할이다.


예를 들어,


욕실의 조도는 눈을 감았다 떴을 때 ‘지금이 몇 시인지’를 말해준다.


거울 앞의 조명과 작은 선반은 나를 정돈하는 시간을 더욱 편안하게 만든다.


아침 햇살이 드는 창문 앞에 놓인 커피포트는 하루의 톤을 따뜻하게 정한다.


현관의 마지막 한 걸음은 오늘의 결심을 담는 출발점이 된다.





아침의 루틴을 위한 공간, 이런 곳이 필요하다


조용한 물소리의 욕실

거울 앞에서 ‘나’와 눈을 마주하는 시간

물이 흐르는 소리에 오늘의 템포를 맞추는 감각


옷을 고르는 여백

옷장 문을 열고 오늘의 날씨와 감정을 고르는 공간

단순한 수납이 아닌 ‘나의 정체성’을 정리하는 서재처럼


아침 햇살이 드는 작은 테이블

잠시 앉아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주는 안정감

5분의 여유가 하루 전체의 정서를 바꾼다


출입문 앞 ‘현관’의 감정 마무리

신발을 신으며 마음을 정리하는 의식

내 공간을 떠나 외부로 나서는 이 전환점을 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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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드는 작은 테이블






집은 ‘출근을 위한 대기실’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의 집을 ‘출근을 위한 준비실’처럼 쓴다.
하지만 출근이라는 목적 이전에,
집에서의 아침은 하루의 감정을 예열하는 가장 사적인 시간이다.


그날 입고 나갈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생긴 찜찜함

욕실 거울 앞에서 피곤한 얼굴에 느끼는 좌절감

아무 말도 없이 등교 준비하는 아이와 스치듯 흘려보낸 순간


이런 감정은 작은 인테리어와 구조의 변화만으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나만의 ‘아침 감정’을 설계하는 법


질문 1. 나를 제일 먼저 마주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욕실일 수도 있고, 거실일 수도 있다.

그 공간은 나를 어떻게 맞이하고 있나요?


질문 2. 아침에 가장 불편한 동선은 어디인가요?

좁은 세면대? 옷을 꺼내기 힘든 옷장?

그 불편함이 하루 감정을 깎아먹고 있지는 않나요?


질문 3. 아침에 ‘나만의 루틴’이 가능한가요?

5분이라도 혼자 있는 시간, 또는 커피 한 잔을 위한 '나만의 장소'

당신의 감정 온도를 지킬 작은 여백이 있나요?




나를 위한 아침, 공간이 허락해야 한다


아침이란 시간은
하루의 성공보다
내가 오늘 어떤 감정으로 살아갈지를 선택하는 시간이다.


그 감정은
집이라는 공간이 만들어주는
빛, 구조, 조용한 물소리, 여유의 결 같은 요소에서 태어난다.


그래서 인테리어는 디자인이 아니라,
감정을 설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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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떤 감정으로 살아갈지를 선택하는 시간







오늘 아침 당신의 집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나요?



벗어놓은 옷이 쌓인 의자


무심코 지나는 거울 앞


급하게 신발을 끼워 신은 현관


이런 풍경 속에서도
나를 위한 루틴 한 조각을 갖는다면,
그 하루는 조금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하루의 시작을 예열해주는 집.
감정을 편안하게 준비해주는 공간.
그런 집이 당신의 하루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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