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10. 다섯번째 시. 나태주 시인<이 가을에>
사랑에도 정해진 시나리오와 시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몇 살에 누구와 어느 계절에서 시작해 어느 계절까지 어떤 사랑을 할 것이다! 라고 태어날 때 부터 정해지는 거죠. 그럼 누구는 사랑하고 누구는 사랑하지 못하는 불공평한 일은 없을 텐데.
어이없는 발상이란 거 알아요. 사랑한 지 너무 오래돼서 푸념 한번 늘어놔본 거예요. 이미 정해진 판에서 사랑을 한다...그럼 인생 정말 재미없겠죠?!
가만 생각해 보니 사랑도 창의성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제가 얼마 전 읽었던 김경일 교수의 <창의성 없는 게 아니라 꺼내지 못하는 것입니다>에서 창의성을 발견하려면 제일 먼저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어 주는 상황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어요. 창의적 생각을 이끌어 주는 상황 속에 들어가서 다양한 경험들이 연결될 때 창의성이 생겨난다고요.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사랑을 하려면 대상이 있어야겠죠? 상황 속으로 먼저 들어가 누군가와 연결이 되어야 해요. 그리고 서로 교집합을 만들며 교감을 나누면서 사랑을 싹 틔워야 하는거죠. (말은 참 잘하지......실전은.....헤헴)
22.1.10.월요일. 다섯번째로 만난 시는 나태주 시인의 <이 가을에> 라는 시에요.
다섯 번째 시인과의 만남에서 이 시를 읽고 나서 무슨 생각을 제일 먼저 했는 줄 아세요?
'나는 사랑을 못해 슬프다. 전생에 무슨 죄가 그리 많았길래 사랑한 시간보다 사랑하지 않은 시간이 더 긴 걸까?' 였어요.
노희경 작가가 쓴 에세이 중에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책이 있어요. 거기서 이런 말이 나와요.
미치게 사랑하고 죽어라.
사랑하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부족함이 없이 사랑하면 후회도 미련도 없다
사랑의 대상이 국한될 필요는 없어요. 반려동물이나 자연이 될 수도 있고 꿈 또는 취미가 될 수도 있겠죠. 미치게 빠져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무엇이든 괜찮지 않을까요? 단, 몰입은 하되 집착은 안돼요. 나를 놓아버린 채 빠져드는 건 나와 대상을 동시에 잃을 수도 고통에 빠트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직도 사랑해서 슬프다는 이에게 제 헛헛한 마음을 전했어요.
아직도 사랑할 수 있다는게 좀 부럽기도 하고.
To. 아직도 사랑해서 슬프다는 너에게.
이 겨울이 올 때까지
아직 아무도
사랑할 수 없어서
나는 슬프다.
@write_napul
지난 사랑을 돌이켜보니 저는 사랑을 너무 아끼기만 하고 미쳐보지도 못했던 것 같아요. 아낌없이 퍼줬다 생각했는데 퍼 준건 사랑이 아니라 물질뿐이었어요.
그동안 미치게 사랑하지 않은 저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네요. 지금부터 아주 가까이에 있는 나 자신부터 사랑해야겠어요.
미치게 사랑할 준비를 마친 나에게 무죄를 선언한다!
땅땅땅!
미치게 아낌없이 부족함없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참고도서: 나태주 시인 필사 시집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 노희경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매일 밤 같은 시간 시인의 마음을 읽고 제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시인이 건네는 말에 잠시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시인에게 답장을, 무언가를 향해 꽁꽁 묻어 두었던 마음을 조심스레 꺼내어 끄적입니다. 그리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고 잠자리에 듭니다. 저는 당신과 함께 나풀나풀 세상을 걷고 싶은 생명체 81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