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처럼 챙겨야만 할까
오랜만에 팀장님과 점심을 먹으러 나선 길, 뭘 먹나 고민스럽게 생각했는데 오늘의 키워드가 딱 도와준다. 중복. 아, 그런데 그건 좋은 도움이 아니었다. 대치동 토박이 팀장님을 따라 슥슥 걸어 첫 번째 집, 대기가 어마하다. 다시 후두두둑 걸어 두 번째 집, 열한시 삼십분인데도 대기가 꽤나 많고 천막 친 야외까지 사람들이 앉았다. 여기도 틀린 것 같다. 그렇게 시작된 행군... 결국 거의 선릉역 코앞까지 걸어가서야 오늘의 삼계탕 한 끼를 챙길 수 있었다. 반계탕은 주문이 안 된다. 주방에 일손이 부족해 만들 수가 없단다. 먹건 못 먹건 오늘은 한 마리 삼계탕 고! 많다 많다 말은 그래도 다들 남김없이 싹싹, 뼈를 발라내고 알뜰하게 먹는다. 찹쌀죽에 깍두기와 오이김치 한 입씩. 콩잎도 너무 잘 어울린다. 작은 닭 한마리와 부드러운 찹쌀죽, 일어서니 부러울 게 없는 포만감이 밀려온다. 그렇지만 또 돌아오는 길은 멀고 덥고 고되었다. 보양과 유산소 운동을 같이 한 오늘의 중복 삼계 투어. 거의 왕복 2km에 가까운 거리를 걸어 굳이 먹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이 더운 데 매출 만들려 파는 분들도 고생이고, 굳이 의식처럼 챙겨먹는 사람들도 고생인 것 같다. 뭘 이리 수고스럽게.. 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잘 먹고 든든하게 이 무더위를 나 봐야지. 덕분에 피곤한 오늘을 잘 보냈다. 고마워 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