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소풍날이었다. 새벽에 눈을 뜨니 모두 자고 있었다. 전날에 엄마에게 받은 이천 원을 들고 집을 나섰다. 단골 김밥집은 이십 분 거리의 골목 시장에 있었다. 골목 시장 가는 길에는 가로등이 많지 않았다. 불 꺼진 집들이 무서웠지만 만화 주제가를 부르면 참을만했다. 개들이 짖으면 미워하지 말라고 멍멍 따라 짖었다.
시장 상인들은 장사 준비로 분주했다. 시장에 들어갈 때면 매번 작은 목소리로 멍멍 짖었다. 시장에 들어가려면 개고기집을 지나야 했다. 전시되어 있는 개의 머리는 매번 달랐지만 송곳니를 숨기는 법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았다. 나를 미워하지 않기를 바랐다.
김밥집은 새벽부터 열었다. 장사 준비를 끝낸 상인들은 항상 김밥집에서 아침밥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장사 준비가 끝난 상인들이 이상하게 빵이나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김밥집에 가니 문이 닫혀 있었다. 종이에 뭐라 쓰여 있었다. 한 글자씩 소리 내 읽었다.
금. 일. 휴. 업. 합. 니. 다.
몇 번을 따라 읽어도 뜻을 알 수가 없었다. 김밥집 옆 떡집 아저씨가 오늘 김밥집이 쉰다고 알려주셨다. 눈물이 났다. 아저씨가 꿀떡을 하나 주셨다. 눈물이 들어갔다.
집에 돌아가니 아빠는 인력 사무소에 갔는지 없었다. 엄마는 출근 준비로 분주했다. 엄마에게 김밥집이 쉰다고 말했다. 엄마는 당황해했다. 당황해하면서도 출근 준비하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엄마에게 도시락으로 감자채 볶음을 싸 달라고 했다. 나는 엄마가 해준 감자채 볶음이 세상에서 제일 좋았다. 엄마가 만드는 감자채 볶음에는 양파도 마늘도 들어가지 않았다. 감자채만 들어갔다. 그게 좋았다. 출근 준비가 끝난 엄마는 냉장고에 있는 감자채 볶음과 보온 밥솥에 있는 밥을 반찬 보관용 밀폐용기에 담아 주었다.
소풍은 놀이기구도 타고 퍼레이드도 보고 재밌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우리는 선생님의 지도하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꺼냈다. 친구들이 도시락을 먹는 동안 나는 가만히 있었다. 엄마가 깜박한 것 같았다. 숟가락이 없었다. 눈물이 났다. 선생님이 그런 나를 발견했다. 선생님은 수저를 구해다 주셨다. 눈물이 들어갔다.
감자채 볶음도 밥도 차가웠지만 평소보다 훨씬 맛있었다. 최고로 맛있었다. 누가 뺏어 먹을까, 다 씹기도 전에 숟가락질을 했다. 김밥보다 백배 좋았다.
기분 좋게 소풍을 끝내고 집에 도착했다. 아빠가 일거리가 있었는지 집에 없었다. 마무리까지 최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