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매영 May 17. 2021

가끔 부침개를 피자라 부르고 싶을 때가 있다.

 쾅, 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다락방 문을 슬며시 열어보았다. 엄마가 부러진 빗자루로 부서진 리모컨과 깨진 그릇을 쓸고 있었다. 가만히 엄마를 지켜보았다. 망가진 것들이 쓰레기봉투에 담기는 것을 쳐다보았다. 나는, 나는 저팔계 왜 나를 싫어하나. 저팔계 송을 중얼거리며 그래도 나는 봉투에 담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마에 난 상처를 만지며 다락방에서 슬그머니 내려왔다. 방구석에서 그늘처럼 쭈그리고 앉아 있던 동생들도 슬그머니 일어났다. 우리는 엄마 품에 안겼다. 아무도 울지 않았다. 일상이었다. 곧 동생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소꿉장난을 하고, 엄마는 내 이마에 연고를 발라주었다. 따갑다고 칭얼거렸다. 아빠한테 맞을 때는 찍소리도 못 냈으면서. 괜히 더 엄살 피웠다.     


 맞은 건 난데 엄마 표정이 좋지 않았다. 혹시 내가 엄마의 상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니, 엄마가 머리를 만져주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아 졌다. 엄마, 엄마는 왜 내가 맞아도 막아주지 않는 거야? 묻고 싶어 졌다. 괜히 상처를 후벼 파는 것 같아 참았다. 나는, 나는 저팔계 도대체 모르겠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딴소리를 했다. 


 엄마 피자 먹고 싶어.     


 괜히 디즈니 만화 동산 보고 싶다 혼잣말하며. 전선이 잘린 텔레비전의 전원 버튼을 괜히 눌러댔다. 지갑을 확인하고 표정이 굳은 엄마를 외면하기 위해서였다. 엄마는 피자를 만들어주겠다더니 부엌으로 나갔다.    

  

 엄마가 들고 온 접시에는 피자가 아니라, 테두리가 바싹하게 구워진 부침개가 있었다. 케첩이 엷게 펴 발려져 있고 얇은 햄이 몇 점 올라가 있는 게 끝이었다. 엄마는 피자를 해왔다고 말했지만 아무리 봐도 부침개였다. 엄마는 부침개를 피자처럼 잘라 주었다. 이건 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배가 고팠다. 우리는 게 눈 감추듯 접시를 비웠다. 빈 접시를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이 슬펐다. 우리는 피자가 맛있었다고 엄마에게 엄지를 내보였다.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불빛에 놀란 바퀴벌레처럼 다락방으로 급히 뛰어 올라갔다. 동생들도 금방 방구석에 그늘로 변했다. 가쁜 숨을 달래니 입 안에서 케첩 맛이 맴돌았다. 진짜 맛있었다. 입맛을 다시던 도중 안주를 가지고 오라는 고함이 들렸다. 이불속으로 숨었다. 그사이 새콤달콤하던 케첩 맛이 피 맛처럼 느껴졌다. 마음속 상처가 고함에 벌어져 있었다. 아빠는 아물 틈을 주지 않았다. 

이전 01화 감자채 볶음과 함께한 최고의 소풍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