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곰팡이 핀 김치를 버리지 않기로 했다.

by 조매영

냉장고에 전 날 넣어둔 훈제 닭가슴살을 꺼낸다. 누군가를 위한 요리는 사랑하는 일이라고 했다. 닭가슴살에 김치라도 볶아 먹을까 싶어 김치통을 열어본다. 흰 곰팡이가 가득이다. 닫는다. 본가에서 김치를 가져오면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김치를 만드는 것도 요리에 속한다면 엄마의 사랑이겠지. 엄마의 사랑에 곰팡이를 피게 한 것 같아 양심에 찔린다.


투병이 끝나고 복학했을 때 자기애가 강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존경하는 스승님은 중병을 앓은 사람이 가지게 되는 방어기제라고 하셨다. 그때는 주변의 말들을 인정하지 않고 콧방귀만 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들 나를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당시에 요리를 하면 한 솥이었다. 자신을 위한 요리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면 그 누구보다 과하게 나는 나를 사랑했던 것 같다. 다 먹지도 못하고 대부분 버렸었다. 넘치는 사랑을 다른 이에게도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무너질 거라 생각했던 거겠지.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랑을 흘려 보내왔을까. 얼마나 많은 사랑을 쉽게 포기해왔던 것일까. 혹시 몰라 검색을 해보니 하얀 곰팡이는 물에 씻어 익혀 먹으면 이상이 없다고 한다. 검색 한 번이면 해결되는 쉬운 일에도 나는 수고를 들이지 않는 것에만 집중했다. 순간 죄책감이 들었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요리다운 요리를 하기로 한다. 씻은 김치를 넣고 김치찜을 할 것이다. 김치찜을 먹으며 오랜만에 동기들에게도 연락해야지. 오랜만에 연락해서 언젠가 밥을 함께 해 먹자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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