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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n 09. 2024

물만 준다고 작물이 잘 크진 않는다.

 며칠간 출근길 텃밭에 잠깐 들러 물을 줬다. 촉박한 시간에 물을 주다 보니 엉망이었다. 물줄기에 흔들리는 잎이 꼭 허우적거리는 팔 같았다. 식물도 물을 급히 먹으면 사레에 들릴까. 궁금했지만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


 겨우 여유를 가지고 텃밭을 살피러 간 날. 씨앗부터 키워 온 상추가 죽은 것을 발견했다. 노랗게 질린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물을 과하게 준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죽은 상추를 뽑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어 소름이 돋았다. 상추를 뽑기 전에 여러 개의 잡초를 뽑을 때는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


 텃밭 단체 카톡에서 농약 이야기가 나왔다. 친환경 농약이라도 생태계를 망가트릴 수 있으니 쓰지 않는 것이 어떻겠냐는 글이었다. 해충을 예방해야 한다는 사람의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서로 반박하는 글이 올라올 때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모두 그럴듯했다. 나는 그냥 농약을 치지 않기로 했다. 어떤 기준이 생긴 것은 아니고 귀찮을 것 같았다. 어차피 수확할 때 흙도 많이 묻으니 열심히 씻어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감자들에게 이제 이랑이 많이 좁은 것 같다. 이랑이 허물어지기도 하고 줄기도 옆으로 기운다. 애인에게 물으니 이랑에 흙을 더해 넓혀줘야 한다고 한다. 덩치는 산만한 것이 손이 참 많이 가는구나.

 분명 상추를 수확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원상 복귀되었다. 도저히 혼자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아랫집 무당 할머니에게 반절 넘게 드렸다. 속으로 꽹과리나 북소리를 조금 줄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뭔가 몸도 마음도 바쁜 한 주였다. 지금 심겨 있는 작물들과 작별하고 새로운 작물들을 심어야 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피로해도 조금은 일찍 일어나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해뜨기 전에 물을 주고 살펴보고 다시 집에 와서 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초병 근무를 선다고 생각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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