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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Nov 11. 2024

로마의 휴일

Europelture Travel  Rome의 추억을 더듬으며...

1953년 로마의 휴일

1999년 로마의 휴일

어떻게 다를까, 우선 46년이 흘렀고

오드리 헵번이 세상 떠난 지 6년이 지났다


사람도 공기도 나무도 하늘빛도 달랐지

그럼에도 광장과 거리엔 인파 넘실댔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아피아 가도에서

오토바이 달리며 스카프 휘날리던 헵번의 거리 걸었어

18세기에 문을 연 카페 구레코 아이스크림 핥으며 

트레비 분수 앞에 서니 46년 간극 사라져

첫 유럽 여행지를 로마로 선택한 건 순전 헵번 때문이야

뜨거운 태양 때문일까 활기차고 떠들썩한 거리엔 생명력 넘쳤어


트레비 분수 반인반수 해신 조각 등지고 서서 동전 던졌어

트레비 분수 앞 삼거리 지나쳤을 수많은 예술인 상상했지

바이런, 비제, 리스트와 바그너, 마크 트웨인,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까지

제각각 자기 페이스대로 걸었을 예술인들의 발자취 쫓던 기쁨이라니 


바티칸에 왔노라 알려주는 산 피에트로 광장에 섰어 

기원 40년 이집트에서 운반되어 온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눈앞에 펼쳐졌고

바티칸 박물관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만난 피에타 앞에서 말문을 닫아 버렸어

사랑의 하나님이 베푸는 자비가 피에타 안에 모두 담겨 있었어

침묵이 답이었어 그저 묵묵히 서서 순간의 정서를 오롯이 가슴에 채울밖에 없었어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가 장식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티칸 궁전에서

성격 다른 이인의 명작 만날 생각으로 시스티나 성당 앞에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

최후의 심판 천지창조 만났을 때 가슴이 터지진 않았어, 벅찬 감격에 순간 얼어버렸으니까

목 디스크 염려됐지만 고개 숙일 수 없었어, 하늘에 시선 던지듯 천장화를 계속 바라보았으니까 

성당 안팎에서 하나님의 성스러운 영적 활동력이 관람객 머리 위에 계속 쏟아져내리는 기분이야


판테온 신전에 들어 서자, 차가운 공기가 지친 몸 반겼고

목마른 자에게 냉수 한 모금 건네듯 이마에 흐른 땀까지 식혀주었어

현존하는 로마 최대 돔 건축물에 들어섰으니 르네상스 천재화가 라파엘로 만나야 했어

자화상에 보이듯 온화한 성격에 미끈한 화가는 채광을 담당하는 천장의 빛처럼 찬란했어

성모상 아래 반듯하게 누워있는 무덤 주변으로 라파엘로 사랑하는 사람들 모여들었지


베네치아 광장 얼굴 석상 진실의 입 앞에서 

차례 기다렸어 가슴 두근거린 채 손 넣어보았어 

거짓말 한 사람의 손을 물어버린다는 속설이 있던데 

내 손 물어버릴까 불안했어 진실만 말하지 않았으니까 여행 중에도 거짓말했는걸


세기를 넘어선 기분이야 기원전 2세기인지 기원 20세기인지 도통 모르겠어

버스 타고 로마인 주거지역 둘러보노라니 영겁의 세월이 일렬로 서 있더라

원형극장 콜로세움에선 박해받던 그리스도인 함성 들렸고

쿠오바디스 장면 속 포효하는 사자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았어

폐허나 다름없던 포로 로마노 걷지 않으면 로마 여행 제대로 한 거 아냐

뜨거운 햇살 가르며 옛 로마 시민들의 중심지 포로 로마노 걸어야 했어

비지땀 흘리며 영화나 상상 속에서나 그려보았던 포로 로마노 걸어야만 했어


1,600명이 동시 입욕할 수 있던 카라칼라 공중 욕장

냉욕탕과 온욕탕을 오가며 로마인들 무슨 대화 나눴을까 

카라칼라 황제의 목적대로 민심을 제대로 얻었을까

수영장으로 이어지는 바닥 모자이크는 예술작품이었어

알록달록 암반과 대리석 조합의 모자이크는 멀리서 보니 더 근사했어


무덤들 가운데 서면 삶 속에서 죽음을 떠올렸어

고대 로마 지하묘지 카타콤이 그런 곳이었어 

여행 중 죽음을 생각하는 건 더 큰 의미 있지

여행을 더 즐기게 해 주기 때문이야

지금 여기 순간을 살라는 메시지 확실하게 다가왔거든


문화의 중심지답게 유구한 역사 반영하여 많은 문화유산 지니고 있는 도시 로마

수륙 교통의 중심지 테베레는 말이 강이지 형편없는 몰골의 개천에 지나지 않았어

그럼에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 부정하지 않았어 진실이니까

유적과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로마인의 미소는 찬란한 태양으로 마음에 차올랐어


어느 날 아침 산책길 

위엄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이 궁금했어 

몬테소리 유치원이래 예상외의 수확이었어

수도원처럼 딱딱한 외관이 유아에게 좋은 영향 줄까 의아했지만

유아교육에 지대한 공헌 세운 몬테소리 여사 직접 만난 듯 반가웠어


호텔 식사 시간 식탁 바구니 가득 채워 놓은 과일은 메인 요리보다 매혹적이었고

청포도 한 송이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싱싱한 오렌지 실컷 먹었던 기억이 또렷했어

여행이 좋아 관광도 좋아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잖아 먹는 게 남는 거였어

달콤 새콤하고 향기로운 과일 빛깔과 과육이 주는 기쁨이야말로 너무나 선명했지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잖아 과일 먹고 죽은 귀신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해 봐


걷고,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듣고, 깨닫고, 결국은 감사하게 먹는 여행이 으뜸이었어


2024년 로마의 휴일 추억해

1953년과 1999년은 어떻게 다를까

우선 로마의 휴일 영화 촬영한 지 71년이 흘렀고

오드리 헵번 세상 떠난 지 31년이 지났어

필자가 로마에 다녀온 지 25년이 흘렀지

25년 흐른 지금 필카 사진과 여행 채록 꺼냈어

추억여행 꺼내보니 길 위에서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났어 

뜨거운 햇빛이 정수리를 쪼개듯 했던 가마솥 무더위도 부활했어

재생은 좋은 거야 추억으로 다시 여행할 수 있게 하니까 이틀 동안 로마 여행 제대로 했으니까


1999년 여름, 로마에서, 니콘 필름 카메라(좌, 우) & (중) 로마의 휴일 영화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로마에 다녀온 지 25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감상을 사진과 여행채록을 들여다보며 시 형식으로 다시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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