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께 받은 관심과 사랑
예상치 못했던 긍정적 멘트가 내 삶의 원동력이 됐던 경험을 반추해 본다. 내 삶을 찬란하게 빛내 주셨던 몇 분의 스승님들이야말로 진정 나를 빛나게 해 준 분들이다.
국민학교 2학년 담임 김신도 선생님께 받은 인생 최초의 칭찬은 내 작품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미경인 커서 멋진 화가가 될 거야"란 멘트였다. 이후 6학년까지 미술대회 참가했고 항상 수상을 했지만 공부 잘해서 받아오는 상이 아니라 부모님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때 담임선생님의 칭찬 멘트로 지금은 미술관에 자주 발걸음 해서 좋은 작품 감상하는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순전 김신도선생님 덕분이다, 지금도 내 엉덩이(창경궁으로 소풍 가던 전차에서 샘의 무릎에 앉혀주셨던 기억)에 느껴지던 샘의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듯하다.
두 번째 칭찬은 고2 시절 윤리 시간, 출석부 번호순으로 자신이 원하는 이슈로 5분 스피치를 했다. 주제는 자유로웠다. 그 당시 내 흥미를 끌던 주제는 '팝송'이었다. 원고 작성 후 암기할 정도로 연습하여 발표하던 날엔 4분 59초에 마쳐서 샘께 칭찬과 함께 박수를 받으며 자신감 뿜뿜 했다. 이를 계기로 발표불안을 완전 떨쳐냈다. 이후 꼭 필요한 의견을 내야 하는 경우엔 망설이지 않고 용기 내 말하는 자세를 고수해 나갔다.
고3 시절 국어시간 그날은 24일이었고 24번이었던 내가 국어책 낭독을 했는데 낭독을 마치자 샘께서 "미경인 아나운서 되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그쪽엔 전혀 관심이 없어서 그냥 스쳐 지나갔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것도 내겐 의미 있는 칭찬의 멘트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인문학 관련 팟캐스트를 열심히 준비해서 진행했었는데 비록 소수의 애청자들이었지만 한 해 동안 기쁨과 보람을 동시에 맛보는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도 했으니까.
2010년 석사과정 철학 시간에 '비극' 관련 주제로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를 조망하는 20분 발표수업에 선정되었다. 긴 준비 끝에 발표한 결과 교수와 학생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그 당시만 해도 고흐 붐이 일기 전이라 많은 이들이 고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이후 총장님의 요청으로 고흐 발표를 한차례 더했던 기억도 내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일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고흐의 작품을 만나는 미술관 여행으로 이어졌고, 고흐와 좀 더 내밀한 대화를 통해 깊은 관계를 이어나가는 계기가 됐다.
부모님께 받지 못한 관심과 칭찬을 돌이켜보니 모두 선생님들께 들었다. 나를 빛내주셨던 스승님들께, 그리고 많은 제자들을 빛나게 해 주신 스승님들께 감사와 존경을 담아 슈베르트의 An die Musik을 바치고 싶다.
Daniel Hope & Christoph Israel – Schubert: An die Musik, D. 547
슈베르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감사, 그리고 음악에 대한 소중한 마음이 가사에 고스란히 담겨있어 숙연한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