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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까치 Mar 23. 2024

내 등에 두 사람 [24/365]

2024년 3월 23일, 22:40

용인에 있는 휴양림에 다녀왔다. 완연한 봄이었다. 우리는 가벼운 차림으로, 아침에 만든 유부 초밥이며 아들 먹일 간식거리를 들고 집을 나섰다. 나는 아내에게 ‘셋이서 어디론가 출발하는 순간’이 너무 좋다고 말했고, 새벽 5시 반에 일어난 아들은,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탕을 입에 문 채 꾸벅 졸기 시작했다.


아들과, 매점에서 9천 원 주고 산 라켓볼로 한참을 놀았다. 아들은 오늘 종일, 나무에 걸려 버려진 연과, 낮게 나는 패러글라이더, 사방에서 날아드는 비눗방울과, 연못 위를 미끄러지는 소금쟁이, 난생 처음 본 개구리알을 구경하며 즐거워했다.


유부 초밥에 곁들일 컵라면을 사러 매점에 올라가는 길에, 한껏 기분이 들뜬 아들이, 연신 아바 아바 아바를 외치며 오른쪽 팔을 잡아끌어 안겼다. 아내는 내 왼쪽에 매달렸는데, 나는 지금이 퍽 좋아 ‘둘 다 내 등에 딱 붙어서 살아’라고 말했고, 아내는 그 말을 어지간히 마음에 들어 했다.


오늘을 복기하는 밤, 나는 그 말이 나의 진심이고 소망이라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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