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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까치 Mar 12. 2024

아들의 블록 [6/365]

2023년 12월 6일, 23:22

아이 재우고, 아이 블록을 가지고 노느라 기록이 늦어졌다. 


뭐든 손으로 만드는 걸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어렸을 땐 블록 놀이를 참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가지고 놀아본 기억이 없다. 아마도 열몇 살 이후의 내게는, 블록보다 구미가 당기는 미지의 세계가 있었기 때문이겠지. 어쨌든 이제 막 블록을 시작한 아들 덕분에, 오늘 일찍 잠자리에 들어준 아들 덕분에, 이십몇 년 만에 조용히 혼자 블록으로 성을 한 채 쌓았다.


블록을 하나 쌓고, 다음 블록을 어디에 끼워 맞출지 생각했다. 그러다 아빠랑 블록 사러 나서던 내  여섯 살 겨울밤을 생각했다. 그날 나는 해적섬 블록을 가지게 됐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다. 계절이 몇 번 바뀌는 동안에도 내내 그걸 끼고 살았다.


오늘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다. 출시가 임박한 프로덕트에 대한 이런저런 요구가 있었는데, 근거가 타당치 않아 화가 났다. 하지만 내일은 받아들일 생각이다. 성 한 채를 다 쌓고 나니, 그 요구도, 내 마땅찮은 마음도 모두 대수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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