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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까치 Mar 12. 2024

타인의 맥락 [5/365]

2023년 12월 5일, 22:09

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의 정신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매분 매초 주변의 온갖 변수에 영향을 받으며 변화한다. 따라서 한 사람을 객관적으로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지켜봐야만 한다. 심지어 이것은 전제 조건일 뿐이다.


2시간 남짓 영화 한 편도, 중간 어디쯤 나오는 몇 장면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다. 하물며 만 1년을 산 사람의 러닝타임은 8,760시간, 30년을 산 사람은 262,800시간이다. 이 장대한 스케일 탓인지, 나 같은 보통의 사람은 스스로는 복잡한 존재, 타인은 단순한 존재로 인식해 버린다. 일종의 오류다. 현명한 어른은 어떤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를 입에 달고 산다.


언젠가부터 업무로 얽힌 사람들을 대할 때, 가능하면 사적인 상상력을 관계의 틈새마다 끼워 넣는 편이다. 누군가는 그저 사무적으로 대하는 편이 좋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적절한 선’에서 상대방의 사적인 맥락을 상상해 투영하면, 업무에 도움이 되거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덜하다. 


상대방이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태도를 보일 때, 그의 앞선 시간들을 내 마음대로 상상한다. 오늘의 태도를 만든 맥락이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이고, 나는 영영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그러나 그럴듯하게, 최대한 다양한 종류의 맥락을 상상해서 나와 그의 틈새에 끼워 넣는다.


아직 능숙하진 못해, 계속 연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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