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빠랑 초딩 딸, 단둘이 오사카 여행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by 토이비

최근 들어 부쩍 어른스러운 화법을 자주 구사하는 초등학교 4학년 딸.

아빠 눈에는 아직도 아기 때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데 급속도로 변해가는 취향이나 지적 능력을 접할 때마다 ‘이러다 갑자기 부모 품을 떠나겠구나.’라는 생각에 깜짝 놀랄 때가 많은 요즘이다.


해리포터 덕후인 딸은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아이는 유니버설 노래를 불렀지만 일도 바쁘고 하여 이 핑계 저 핑계로 계속 미루다가 태어난 지 10년이 된 생일을 맞이하여 여행을 가는 게 어떨까 계획을 세워보았다. 하지만 아내의 바쁜 일은 끝날 거 같지 않았고, 아직 어린 둘째 아들은 엄마 품을 떠나 아빠와 여행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거 같았고 (물론 둘을 데리고 다닐 만큼의 공력도 내겐 없었지만..), 뭐 이러저러한 연유로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아내가 파격적인 제안을 하였다.

“아이가 사춘기 되기 전에 둘이 여행을 가보는 건 어때? 그런 추억이 있으면 사춘기가 되어서도 아빠랑 사이가 좋다던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나에겐 평생을 딸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엄마 껌딱지였던 딸과 단 둘이서 1박 2일 국내여행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적잖이 긴장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다. 여행이란 건 기회가 오면 무조건 떠나야 한다. 아니면 기회가 다신 안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 나의 평소 신조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딸과의 오사카 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다.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불고 몇 년 전까지 엄마와 떨어져서는 잠도 못 자던 아기가 언제 저렇게 컸는지 놀랍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아기아기 할 때 좋은 추억을 쌓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에 흐뭇하기도 했다.


기왕 갈 거 조금 넉넉하게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여행 일정은 교토와 유니버설 포함하여 4박 5일로 정했다. 항공권을 예약하고 호텔을 알아보는데 아이가 있으니 평소와 다르게 신경이 많이 쓰였다. 보통 혼자 다닐 때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 결정 요소였지만 아이가 있다 보니 주변 환경과 동선 등을 우선 체크하게 되었다. 숙소는 동선이 편리한 우메다 역으로 정했다.

평소 루틴대로 항공, 숙박, 환전, 돼지코, Visit Japan 등을 처리하고 한 일주일가량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아뿔싸!! 놓친 게 있었다. 바로 유니버설 스튜디오였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에버랜드 정도로 생각하고 마음을 놓고 있었던 게 실수였다.

어트랙션을 타려면 대기줄이 길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에 대해선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후에 실제로 목격한 2시간 웨이팅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익스프레스 티켓을 구매하면 빠르게 입장할 수 있다는 것도 대충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익스프레스 티켓이 빨리 소진되기에 구매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유니버설 입장 열흘 전.. 검색을 통해 알게 된 클룩 등을 통하여 예매를 하려고 하였으나 한발 늦은 타이밍이었다. 이미 다 팔리고 남은 게 없었다. 가격도 어마무시했다. 입장권을 제외한 익스프레스 티켓 가격만 대략 인당 25만 원 정도였다. 4개의 어트랙션을 이용하는 가격이 25만 원이라면 하나를 줄 안 서고 탈 때마다 6만 원 정도를 지불하는 개념이었다.

결과적으로 불행인지 다행인지 익스프레스 티켓은 구매할 수 없게 되었고 덕분에 내 생애 처음으로 놀이공원 오픈런이란 걸 해보게 되었다.


오사카 가는 비행기에서 - 따님 작품

(다음 편에 계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