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단 사철을 타고 나폴리역까지 가서 다시 기차를 타고 로마에 가는 일정이라 마음이 좀 급하지만 그래도 나름 느긋하게 조식을 즐기고 체크아웃을 했다. 소렌토역까지 걸어서 15분 가까이 걸리는데 도저히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방황하고 있었는데 호텔 앞에 있던 택시기사 아저씨가 클렉션을 울린다. 잠시 고민했지만 15유로라는 말에 홀랑 타버렸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15분 넘게 걸리는 거리가 차로는 5분도 안 걸린다. 이래서 돈이 좋은 건가 보다.
사철을 1시간 정도 타고 나폴리역에 내려 다시 기차로 갈아타려는데 기차 앞에 서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표를 보여달라더니 자기가 짐을 올려주시겠단다. 자기가 여기 직원이라는 듯이 입고 있는 옷의 표식을 보여주고는 걱정 말라며 자기한테 맡기란다. '여긴 이런 서비스도 해주는구나'하며 죄송한 마음으로 캐리어를 넘겨드렸는데 캐리어 보관함이 버젓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굳이 위에 있는 선반에 올리신다. 캐리어 보관함에 넣자고 하니 안된단다. 거기서 알아차렸어야 했다... 순진한 우리는 가방이 무거워 할아버지께서 힘드실까봐 미안한 마음에 안절부절이었는데... 다 올리고 나서는 1인당 2유로씩을 달라는 거다. 헐~ 이래서 캐리어에는 손도 못 대게 하고 굳~~~이 선반 위로 힘들게 올려놓은 거구나. 우리가 너무 순진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였다. 아마 이제 로마로 가니 정신 똑바로 차리라는 의미인가 보다.
놓지마~! 정신줄~!
로마 떼르미니역에 도착해 호텔 체크인을 하고 역 근처 식당에서 일단 밥부터 먹었다. 이탈리아 음식에 질린 터라 터키음식점에 갔는데 그 역시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배는 부르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은 밥을 먹고 호텔 근처에 있는 성당들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예수님이 태어난 말구유가 있다는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에 갔는데 문 앞에 군인이 지키고 오늘은 중요한 사람이 와 있어서 못 들어간단다. 왜 하필이면... 그리고 청동문에 조각상 있는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 - 성 테레사의 환희 조각상이 있는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 - 네 개의 건물에 각각 신들의 조각상 분수가 있는 산 카를로 알레 콰트로 폰타나 성당 - 그리고 여행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이름 모를 동네 성당들까지... 성당을 하도 많이 다녔더니 이 성당이 저 성당 같고 기억이 잘 안난다. 우린 그렇게 단 몇 시간 만에 성당을 6군데나 다녔다.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어도 문화재임이 분명해 보이는 건물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로마는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그래서 사람들이 '로마~로마~'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