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의 갓생 살기
아침에 눈을 떠보니 6시가 채 안 된 시각이었다. 내심 놀랐다. 2시가 거의 다 될 즘에야 잠이 들었는데 알람도 없이 일어났다. 나는 아침 9시가 지나지 않으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두컴컴한 새벽에 기계처럼 일어나 책상 위에 있던 아이패드의 시각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기록한 것은 당장 다음 주부터 시작될 미라클모닝 챌린지 때문이었다.
세상은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으로 나뉘는 것 같지만 나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밤샘을 하면 일주일이 넘도록 본래의 생활패턴을 찾아갈 수 없었고, 기상 시각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하루의 질이 극단적으로 달라졌다. 나는 그냥 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인간이었다. 충분한 수면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병이 났다. 잠은 독감이나 상한 음식보다도 내 몸에 치명적이었다. 아침에 능률이 가장 좋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기상 시간을 바꾸지 못했던 건 그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9시 전에 일어나면 얼마 못 가 죽을 사람인 것처럼 여기며 살았다. 쉽게 잠들기가 어려운 나는 대개 새벽 두 시나 세 시쯤 되어야 겨우 잠에 빠졌다. 침대에 몇 시에 눕든 결과는 늘 비슷하거나 더 나빴다. 아홉 시에 일어난다고 해서 그리 많이 잔 것도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런 내가 미라클 모닝을 해보겠다고 결심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말도 안 되는 일이 그러하듯 나는 충동적으로 그 결심을 했다. 어제 아침이었다. 눈을 떠보니 아침 10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었는데 나는 으레 그러하듯 오늘도 썩어빠진 인간이 되고 말았다고 한숨을 쉬며 자책했다. 그래도 그런 감정에 깊이 빠지면 안 된다는 건 잘 알고 있어서 대수롭지 않은 척 넘기는 흉내를 내려했다. 흉내를 내다보면 정말 생각대로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별 의미 없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훑었고 간간이 댓글을 달며 오늘은 또 어떤 게시물을 올릴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득 한 광고가 눈 안으로 들어왔다. 1만 보씩 같이 걷자는 광고였다. 하필 내가 사는 지역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저절로 시선이 끌렸다. 하루에 1만 보라면 나도 인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걷기가 아니라 달리기 종목이니까. 그렇게 광고를 지나치려는데 정신 나간 내 손가락이 화면을 옆으로 밀어버렸다. 그래서 다음 광고도 볼 수밖에 없었다. 하필 그건 미라클 모닝 챌린지를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D-3이라는 문구가 기묘한 술수로 내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챌린저스라는 어플은 예전에도 깔아본 적 있었다. 하지만 돈을 걸고 무언가를 한다는 게 당시에는 썩 내키지 않았다. 잊어버린 비밀번호를 찾아가며 로그인을 시도하면서도 이번이라고 뭐가 다르겠냐 싶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세 개의 챌린지를 신청한 후였다. 셋 중 하나는 당장 그날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런데도 별 거부감이 없었다. 죄책감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다. 나는 아침에 능률이 좋다는 걸 알면서도 나를 바꾸지 않으려는 나를, 어쩌다 늦잠을 잔 일을 빌미로 징벌하려 했다는 걸 점심을 먹고 습관처럼 커피를 내리다가 불현듯 깨달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음 한편으로 든 생각은, 어쩌다 늦잠을 잔 일을 빌미로 삼았다는 건 결국 기회를 노렸다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나는 언젠가 한 번은 기상 시간을 바꾸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던 게 아닌가.
내일부터 미라클 모닝 챌린지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자기 전에 우스갯소리로 그런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렇다고 오늘 작정을 하고 일어난 건 아니었다. 그냥 문득 눈이 떠졌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어나서 시각을 확인해 보니 6시가 되기 6분 전이었을 뿐이었다. 그대로 침대로 돌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하필 또 내가 요즘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왜 지금은 안 돼?”였다. 왜 내일 읽어야 해? 왜 자고 일어나서 해야 해? 왜 다음에 해야 해? 왜 지금은 안 돼? 그러니까 나는 또 나에게 왜 지금은 안 되냐고 묻고, 그러면 나는 또 그러게 지금 안 될 이유가 뭐가 있지? 하며 일단 시작해 보고.
책상 앞에 앉았다. 모닝이니까 모닝에 맞는 일을 했다. 미라클 모닝에 모닝페이지를 쓰려니 이 일에 왜 챌린지가 붙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방금 내가 뭘 썼는지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아, 이것이 무의식이 쓰는 글. 모닝페이지도 비로소 제대로 시작한 것 같았다.
그런데 미라클 모닝을 한다고 내가 달라질까?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도전하고 있고, 이걸 계기로 자신을 바꾸었다는 이야기도 꽤 접했지만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도 시작해 보려는 건 역시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모르니까, 직접 확인해 보는 수밖에.
그러니까 내일은 또,
미라클하게 모닝을.
성공을 빈다.
2022년 9월 22일
대단한 사람이 되지 못한 건 내가 변변치 못한 인간이기 때문일 테지만, 그 변변치 못함으로 나는 아주 망하지도 않은 거라는 생각을 한다. 정말 별로라고 생각하는 성격이 나를 더 나은 쪽으로 이끌기도 하는 것이다.
2022년 내 주위에는 자기 계발 돌풍이 불고 있었고, 미라클모닝이나 달리기 독서챌린지, 외국어 공부 등 시간을 쪼개어 발전에 몰두하는 이야기가 쉼 없이 들려왔다. 대체적으로는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자신도 해낼 줄 몰랐다, 일단 해보면 해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등 마치 그것을 해보면 인생 전반이 달라진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태생적인 청개구리 성격이고,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말할수록 피해 다니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야기를 하면 하도 많이 듣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긴 하는데, 경계의 눈초리를 하고 봤다. 저들의 말이 과연 사실인지를 가장 냉정한 이성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달리기도, 미라클모닝도 모두 그런 마음에서 어느 날 충동적으로 하게 된 일이었다. 네가 그렇게 좋아? 어디 한번 내가 확인해 주지! 그리고 지금 나는 일주일에 3일을 뛰고, 평균 6시에 일어나서 글을 쓴다. 청개구리도 청개구리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을 발전시키는 법이었다. (2024. 0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