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바다로 나오는 이유

모비딕 읽기 챌린지 7회차

by 나나



모비딕 읽기 챌린지 7회 차

기간 : 9월 11일 ~9월 14일

분량 : 87장까지 (문학동네 일러스트판 603쪽)

소감 : 챌린지 참여자보단 느린데 계획보단 빨리 읽어서 잠시 길을 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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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장을 겹으로 읽는 버릇이 있다.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된다. 표면에서 진행되는 전개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모종의 꿍꿍이를 짐작하는 것이 독서하는 나의 기본자세이다. 때문에 나는 모비딕을 고래이야기로 읽지 않는다. 이슈미얼이 들려주는 생생한 고래잡이 현장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척하면서도 그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에 대한 의심을 놓지 않는다. 의심이 앞설 때도 있다. 이슈미얼은 자신의 울화증을 해결하기 위하여, 어쩌면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심도 은근하게 안고서, 고래에 대한 본인의 호기심을 확실하게 충족시켜 줄 포경선 피쿼드호에 올랐다. 그때부터 나는 피쿼드호의 항해만큼 이슈미얼이라는 한 인간을 궁금해했다. 그가 육지인에 대해 말할 때마다 육지에서의 그의 삶을 궁금해하는 식이다. 그는 인간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톤으로 말이 많지만, 정작 내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우리 선량한 장로파 기독교도들”, “‘영원’에 대해 소논문을 작성한 적이 있다” 같은 단서들을 주워서 그가 말하지 않은 그의 삶, 바다로 나오기 전의 과거사를 짐작해 볼 뿐이다.


그러나 그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고, 피쿼드 호는 고래를 두 마리나 잡고도 또 잡으러 나선다. 작살이 날아다니고, 포경 밧줄이 저들끼리 얽히고, 그마저도 다른 배와 경쟁을 하는 데다 등 뒤로는 해적선이 나타나기도 하는. 그런 날이 아니라면 물살이나 구경하는 게 고작인 적막하고 고요한 날들. 외로워서 죽든지, 배나 식량에 문제가 생겨 죽든지, 고래를 잡다가 죽든지. 목전에 있는 하루가 위태로워서 다른 삶을 떠올리는 건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이슈미얼은 바다로 나왔는가. 이전까지의 삶을 잊을 수 있어서. 현재 내가 처한 삶만을 누릴 수 있어서. 미래의 내가 될 수 있는 삶을 실현하기 위하여. 어느 쪽이든 가능성이 있고, 나는 내가 목격하고 경험한 이슈미얼의 성격을 근거로 답을 좁혀가고 있다. 고래잡이 선원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그 이야기를 쓴 선원을 읽는 일이었음을. 고래 무리의 특성을 읽으며 인간성을 짚어보는 방식이다. 고래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는 만큼 인간을 배우는 시간도 늘어난다.


내가 최애의 모비딕 연재를 시작한 것은 나의 최애인 예준이 모비딕 책을 들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었다. 왜 하필 그 책이어야 했는지를, 모비딕 책을 읽으면서 추론해보고 싶었다. 물론 이는 촬영팀에서 준비한 단순한 소품일 수 있었고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별 의미 없었을 거라고. 예준의 상징 동물이 돌고래이니 고래가 나오는 책을 들게 하자는 단순한 계산. 하지만 85장 <분수>를 읽으면서 제법 근사한 답을 새로 발견했다. 그것은 고래의 호흡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고래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허파를 지녔기에 물 바깥의 공기를 들이마셔야만 살 수 있었다. 물 위 세계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 조건. 그러므로 그 폴라로이드 사진은 주기적으로 테라(지구)의 공기를 들이마셔야만 살 수 있는 한 외계인을 설명하는 것은 아닌지. 지극히 덕후적인 생각이 제법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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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입니다. 최애의 생일을 지내고 "내가 뭐라고 이렇게 나를 좋아하니" 병에 걸려있습니다. 자신을 더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요즘입니다. 이슈미얼도 그러기 위해 바다로 나갔던 걸까요?


어느 사이 9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네요. 친구가 낚시찌처럼 던진 제안을 덥석 물어서 다짜고짜 브런치북을 만든 게 여기까지 왔다는 게 말이에요. 덕질은 인간은 어디까지 데려가려는 건지. 연재글을 발행할 때마다 "이상하다" "신기하다" "뭔가 홀린 것 같다" "외계인 효과?" 같은 말을 중얼거려요. 굉장히 이상한 힘에 떠밀려가는 기분인데, 자신을 나아가게 하는 방향이라면 모르는 척 밀려가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겠지요.


아무쪼록 모두가 좋은 물살을 타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번 주 진도체크


은윤슬 71장

앞으로쏠린짜장면 124장

예인 26장


모두 모두 훌륭하셨습니다!


저보다 먼저 달리시는 분도 계시고, 아직 한참 오셔야 하는 분도 계시고 그러네요. 얼마나 읽게 되든 그냥 같이 달린다는 사실을 즐기며 계속 읽어보아요. 마지막 글에도 여러분들 이름을 쓰고 싶습니다. (엉엉)


그럼 이번 주도 열심히 읽고 또 만납시다!

월요일... 모두 살아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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