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하여 바다로 뛰어들기

모비딕 읽기 챌린지 8회차

by 나나

모비딕 읽기 챌린지 8회차

기간 : 9월 15일~ 9월 17일

분량 : 98장까지 (문학동네 일러스트판656쪽)

소감 : 성경책 왜 안 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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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 안은 모두 책 속에서 인용




피핀을 생각한다. 줄여서 핍. 코네티컷주 톨랜드 카운티 출신의 흑인 소년. 소년이 고래잡이 배에 올라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육중한 고래와 사투를 벌이는 선원들 사이에서 소년이라 불리는 존재는 한없이 작고, 여리고 위태롭게만 느껴진다. 그가 매우 명민하며 명랑한 총기를 가졌다는 설명을 들어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고래 사냥이 시작될 때 모선에 남아 “배 지킴이” 역할을 했던 이 “지나치게 호리호리하고 어설프고 겁 많은” 소년은 노잡이에 결원이 생기는 바람에 그 역할을 대신 맡게 된다. 고래의 바로 위에서, 작살에 맞은 고래가 날뛰는 바로 그 자리에서 노를 젓는 일은 소년이 얼마나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한들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터다. 그런 걸 견디느니 차라리 바다에 뛰어드는 게 나았을지도.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자 동료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소년을 구할 것이냐, 고래를 쫓을 것이냐. 나는 핍이 되어 보트 항해사인 스터브의 말을 듣는다.


“고래 한 마리면 앨라배마에서 널 파는 것보다 서른 배는 더 받을 수 있단 말이야.”


이슈미얼도 의견을 보탠다.


비록 인간이 동료를 사랑할지라도 인간은 돈벌이를 추구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그러한 성향이 자비심을 방해하는 경우가 매우 잦다는 것이리라(635쪽).”


태양이 환히 빛나는 하늘 아래 바다에서 홀로 둥둥 떠 있는 소년. 저만치 멀어지는 보트를 망연히 바라보며 배워야 했던 “외로움”이란 말은 얼마나 춥고 날카로웠을지. 나는 피핀이 되어 생각한다. 이는 “포경업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에 불과한 걸까? “겁쟁이”는 “무자비한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을 일상적인 일이라고 말해도 되는 건가?


하지만 고래잡이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이고, 포경선에서의 생활은 끝나지 않는 노역으로 채워져 있다. “사람 잡는 일”이라고 부름직한 이런 생활을 두고 “이런 게 인생이다(656쪽)”라고 말하는 이슈미얼의 목소리가 잔인하게 들린다. 심지어 그는 이것이 끝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젊은 시절과 똑같은 일상을 다시 반복해야 하는 존재”가 우리이며, 우리는 윤회를 반복하며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노동하는 인간의 귀에는 이 또한 잔인하게만 들리는 소리였다.


게다가 그는 노역하는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는 듯 보였다. 결정을 이룬 경뇌유를 쥐어짜며, 모든 악의와 심술, 원한에서 벗어나는 신적인 기분을 맛볼 만큼 말이다. 그는 “‘기름통’을 영원히 쥐어짜는 일을 마다하지 않”을 각오가 되어있다. 어차피 행복이라는 것은 “기준을 낮추거나, 적어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어떤 경우든 각자가 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640쪽)”을 도달할 수 없으므로 스스로 방향을 틀어버린다. 이슈미얼도 그렇게 했다. 행복은 바다고 인간은 나침반이지 않은가. 제대로 방향을 정해서 나가도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고, 바늘은 깃털 같은 힘으로도 팩 하고 틀어진다.


이슈미얼은 “가장 진실한 사람은 ‘고통을 겪은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면에 슬픔보다 기쁨을 더 많이 지녔다면 그 사람은 진실하지 않거나 미성숙하다는 게 그의 논조다. 이것은 어떤 경험에서 나온 결론일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이슈미얼의 과거를 궁금해했다. 그 역시 “놓친 고래”이자 “잡힌 고래”였던 걸까?


정신도, 의견도, 종교적 신념의 원칙과 사상과 영토와 선과 정의… 모두가 소유권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 나의 상식이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거나 타인의 상식이 나의 것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 강요받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이슈미얼은 우리의 본보기가 되기도 한다. “고래잡이들에게 가해지는 비난을 기필코 결딴내(629쪽)”고 싶다며, 자신의 의견을 타당한 근거를 들어 주장하는 모습을 얼마나 당당한가. 목숨을 담보로 한 포경선에 올라 고래를 향한 호기심을 있는 전력으로 채우는 그의 얼굴을 보면 나는 내가 알고자 한 것을 위해 나 자신을 어디까지 내던져봤는지를 돌아볼 수밖에 없다. 내심 껄끄럽기만 하던 주인공과 모처럼 가까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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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래는 아무래도 향기로울 수밖에 없는데, 보통 매우 건강하고 활동량이 엄청나며, 비록 물 밖으로 자주 나오지는 않아도 늘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631쪽)




바로 진도체크 가겠습니다


은윤슬 73장 오 글로만 읽어도 기절할 것 같군요.

예인 35장 달려요 달려! 할 수 있쟈나~

앞으로쏠린짜장면 완독! 세상에나! 1등입니다!


여러분 첫 완독자가 나왔습니다! 모두 기뻐해주세요! 이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완독자가 0명이거나 저 한 명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쏠린짜장면 님께서 저의 짐작을 박살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더 용기가 생기네요. 모비딕 완독 할 수 있는 것이었군요. 후후.


정신없는 스케줄을 보내시느라 잠시 정차하신 은윤슬님도, 컴백하자마자 정신없이 달려주시는 예인님도 모두 저의 힘이고 등대십니다. 인증은 안 하셨지만,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까지 모두. 함께여서 좋습니다. 남은 이번 주도 열심히 달리고, 일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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