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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Sep 10. 2023

13. 빠다코코넛


2005년 서점을 둘러보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했다. 언제나 과자를 좋아했고, 평소 즐겨 먹었기에 무슨 내용일까 싶어 책장을 넘기다 충격을 받았다. 과자와 청량음료에 들어가는 정제당, 나쁜 지방, 식품 첨가물이 우리 몸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었다. 


신선한 공포였다. 그토록 사랑하던 과자가 내 몸을 해치고 있었다니... 그 즉시 과자를 끊었다. 탄산음료도 끝이었다. 과자를 좋아하는 아빠에게도 책을 사서 보냈다. 책을 읽은 아빠가 전화를 했다. 앞으로 과자를 먹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나 역시 평생 과자를 먹지 않겠다고 마음 속 다짐을 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신상 과자들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어머, 카라멜 메이플콘 좀 봐. 카라멜콘에 메이플 시럽을 바르다니, 진짜 맛있겠다. 허니버터칩이라고? 얼마나 맛있으면 사람들이 저렇게 열광할까? 환상적인 맛이 나겠지. 쫄깃쫄깃 참붕어빵은 어떤 맛일까? 찹쌀이 들어있을까? 


슈퍼나 편의점에 가면 새로운 과자들이 유혹의 눈길을 보냈다. 끈질겼다. 다짐은 조금씩 약해져갔다. 한 달에 과자 한 봉지 정도는 괜찮지 않겠냐고, 아니 한 달은 너무 긴 것 같으니 이 주에 한 번은 어떨까, 마음속으로 갈등하며 스스로와 타협했다. 


 과자를 줄이면서 집에서 먹을 간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견과류를 오븐에 구워 먹기도 했고, 두부를 으깨고 우리밀을 섞어 두부 과자를 만들기도 했다. 그중 자주 만드는 건 비건쿠키다. 우유, 달걀, 버터 없이 만든다. 반드시 필요한 건 코코넛 오일, 코코넛 오일이 버터를 대신해 반죽을 뭉쳐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밀, 설탕, 코코넛 오일, 두유를 넣어 반죽한 후 동글납작하게 빚어 팬에 올린다. 예열된 오븐에서 180도 25분 구우면 끝. 샤브레처럼 부드럽고 깊은 맛이 나는 쿠키가 완성된다. 


 집에서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하는 내게 코코넛 오일은 고마운 식재료다. 코코넛에서 짜낸 기름을 코코넛 오일이라 한다. 추운 겨울에는 상온에서 고체로 변한다. 맛과 향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 고기 없이 요리하는 카레에 코코넛 오일 한 수저를 듬뿍 넣으면 이국적인 맛으로 변한다.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 때 버터 대신 쓰기도 한다. 잘 익은 아보카도와 코코넛 오일을 믹서에 넣고 섞으면 걸쭉한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된다. 코코넛 오일은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하지만, 아무리 좋은 오일이라 해도 기름이기에 남용은 금물이다. 


 코코넛에 관해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코코넛이 아니라 빠다코코낫이다. 과자 이름치고는 세다. 짱구나 새우깡과 맞짱을 뜰 만하다. 버터코코넛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는 단호함이 제품 포장지에서도 풍겨 나온다. 포장지가 상당히 클래식하다. 


빠다코코낫은 1979년 롯데에서 출시된 후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는 비스켓이다. 테두리가 물결 모양인 빠다코코낫은 표면에 설탕 시럽이 묻어 있어 반짝 반짝 빛이 난다. 가당볶음코코넛분말이 6.7%, 버터는 1% 들어있다. 당연히 버터맛보다는 코코넛 맛이 강하다. 


 사실 나는 빠다코코넛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스켓이란 자고로 묵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빠다코코넛은 참크래커처럼 날아갈 듯 가볍고 발랄하다. 에이스나 다이제스티브의 묵직함을 보라. 하지만 이 역시 나의 취향일 뿐, 가볍다는 이유로 빠다코코넛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아참, 과자를 절대 먹지 않겠다는 아빠는 나와 마찬가지로 그때의 다짐을 슬며시 폐기했다. 다짐은 버렸지만, 이제는 위가 약해져 먹고 싶어도 마음껏 먹지 못하는 나이가 되었다. 젊을 때 과자를 실컷 드셨으니 그나마 위안이 되시려나? 과자 좀 그만 먹으라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려 적절하게 과자 사는 타이밍을 조절하는 아빠의 노력이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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