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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Apr 24. 2024

방을 소개합니다.


호텔에서는 방을 룸(Room)이라 말하지만 크루즈에서는 캐빈(Cabin)이라 부른다. 

우리가 예약한 캐빈은 창문이 없는 일반실이다. 

문을 열자마다 왼쪽으로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 바로 앞은 옷장이다. 

옷장 문은 없고 커다란 봉에 옷걸이들이 잔뜩 걸려 있다.

옷장은 널찍한 편이다. 

옷걸이는 총 30개. 옷을 모두 걸어도 옷걸이가 남는다. 


여행 책에서 옷걸이가 적으니 휴대용을 가져가면 좋다고 해서 5개나 챙겨왔는데 아무 쓸모가 없다. 

옷장 위에 짐을 놓을 수 있는 칸이 별도로 있다. 

캐리어는 옷장 한쪽에 세워두면 된다. 

옷장과 욕실 문 사이 벽에는 커다란 거울이 걸려 있다. 

덕분에 공간이 넓어 보인다. 


욕실 문을 활짝 열면 거울이 모두 가려진다.

욕실은 매우 작다. 

KTX 화장실 보다는 크지만 두 명이 나란히 서서 이를 닦기는 어렵다. 

욕실 바닥엔 연한 터키 옥색 타일과 흰색 타일이 번갈아가며 붙어있다. 

젠다이는 없으며 개수대 옆에 물비누와 샴푸가 있다. 

코너 선반은 세 칸이며 유리컵 두 개가 놓여 있다. 

변기는 항공기처럼 진공식 흡입 방식이라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는 게 좋다. 

바람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무섭다. 


샤워부스는 애매한 육각형 모양이고 샤워커튼으로 여닫는 방식이다. 

덩치가 큰 사람은 몸을 움직이며 샤워하는 게 불가능할 것 같다. 

줄자로 재보니 가로 세로  64 x 74cm가 나온다. 


침실 쪽을 살펴보자. 

옷장 벽 맞은편에는 책상과 의자 한 개가 놓여 있다. 

책상 위로 큰 거울이 있고 책상 옆 측면에도 거울이 있고 책상 뒤 침대 위에도 거울이 있다. 

온통 거울 천지다. 

책상 오른쪽 수납장을 열면 미니 냉장고가 있다. 

놀랍게도 냉장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유료나 무료 생수조차 없다. 

물통을 챙겨 와야 한다는 여행책의 조언이 맞았다. 

객실 내에서 물을 마시고 싶다면 뷔페에 비치되어 있는 생수 통에서 물을 받아와야 한다. 


 웰컴 드링크나 웰컴 과일 같은 것도 없다. 

우리가 나중에 합류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책에서는 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아쉽다. 


책상 왼쪽에는 작은 서랍장 3개가 있고 측면에 개방된 수납장 세 개가 있다. 

의자 아래에는 둥그런 스테인리스 쓰레기통이 있다. 

책상 위에는 전화기가 놓여 있고 그 위에 드라이기가 달려 있다. 

전화기로 객실 간 전화가 가능하고 룸서비스, 로비 데스크, 부대시설 연결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외부로 전화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인공위성망을 이용하기에 비용이 세다고 한다. 

3일 동안 손도 대지 않았다.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배에서 제공하는 유로 와이파이를 사용하거나 인터넷 카페에서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꽤 비싸다. 

우리는 와이파이를 신청하지 않았기에 크루즈 내에서 완벽한 스마트폰 자유를 경험했다. 

부산항에 정박해 있더라도 방 안에 들어오면 와이파이가 전혀 터지지 않는다.  


 책상 끝 가장자리에는 유리컵 두 개, 커피 잔 두 개, 녹차 티 백 두 개가 놓여 있다. 

의자를 살짝 빼면 바로 뒤에 위치한 침대에 닿는다.

 침대는 넓다. 킹 사이즈 혹은 라지킹 사이즈다. 헤드보드는 없다. 

의외로 침구가 푹신하고 베개 높이가 적당하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은데.

빳빳한 침대 이불 아래쪽에는 어김없이 피아노 건반을 덮을 때 쓰면 좋을 것 같은 베드러너가 올려져 있다.

 

저 쓸데없는 러그는 왜 있는 걸까? 

집안에서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한국인에게는 그저 데코로만 인식된다. 

서양에서는 신발을 신고도 침대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에 신발이 닿는 위치에 베드러너가 깔려 있다. 

베드러너의 참된 목적은 침구의 오염을 막기 위한 용도이다. 

신발이든 슬리퍼든 무언가를 신은 채로는 절대 침대 위에 올라가지 않는 우리로서는 번거롭기 그지없는 덮개일 뿐이지만 말이다.

데코로 놓여 있는 미니 쿠션도 마찬가지다. 


 침대 좌우로 2단 서랍이 달린 작은 협탁이 있고 스탠드가 각각 놓여 있다. 

양쪽 벽에는 그림 두 점이 걸려 있는데 항구 마을 풍경이다. 

푸른 바다에 돛단배나 나룻배가 떠 있고 하늘엔 깨끗한 구름이 뭉실뭉실 깔려있다. 

서명을 보니 같은 화가가 그렸다. 

한 점에 얼마를 받았을지 궁금하다. 

어떻게 크루즈와 계약을 맺게 되었는지도 알고 싶다. 


객실 전체를 나무합판?으로 몰딩을 둘러 산장에 놀러온 기분이 든다. 

바닥 카펫도 흰 동그라미 패턴이 들어간 갈색이다(나중에 보니 크루즈 내부 전체가 나무 몰딩이었다). 

목욕가운이나 객실용 슬리퍼는 없다. 

우리는 방에서 신을 슬리퍼를 챙겨왔다. 

화장실을 제외하면 조명은 따뜻한 주광색이다. 

객실용 전압은 220V이다. 

TV는 평면이고 벽 코너에 비스듬히 걸려 있다. 

비행기를 타면 어디로 가는지 스크린에서 항로를 볼 수 있듯 TV에서도 현재 향해 하는 곳이 어딘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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