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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Jun 03. 2024

주변을 관찰해라

코난 도일이 창조한 셜록 홈즈는 뛰어난 관찰자입니다. 

홈즈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고 꼼꼼히 살펴봅니다. 

<보헤미아 왕국 스캔들>이라는 단편에서 왓슨 박사는 홈즈 집에 방문합니다. 

대화를 나누던 중 왓슨이 자신도 홈즈만큼 시력이 좋다고 주장합니다. 

홈즈는 왓슨에게 현관에서 이 방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몇 번쯤 봤냐고 묻습니다. 

왓슨은 수 백번쯤 봤다고 대답합니다. 


홈즈는 계단이 몇 칸인지 아냐고 다시 묻습니다. 

왓슨이 대답을 못하자 홈즈가 말합니다. 

“바로 그거야! 자네는 보긴 하지만 관찰하지는 않는 거지. 나는 그게 열일곱 계단이라는 걸 알고 있지. 눈으로 보는 동시에 관찰하니까 말이야.” 

홈즈가 위대한 탐정이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를 아시나요? 

어느 날 왕이 그를 부릅니다. 

왕관을 하나 주문했는데 이것이 순수한 금으로만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다른 금속이 섞여 있는지 알고 싶다며 왕관에 담긴 금의 함량을 알아내라고 명령합니다. 

아르키메데스는 문제를 풀기 위해 생각에 잠깁니다. 

해답이 나오지 않자 그는 목욕을 하며 잠시 쉬기로 합니다.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 몸을 담그는 순간 자신의 몸무게만큼 물이 넘친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 원리를 이용해 그는 왕관과 똑같은 무게의 황금과 왕관을 각각 넣은 후 물이 넘치는 걸 비교해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하다 ‘유레카(내가 발견했다)’를 외칠 수 있었던 건 그가 그 주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며 주변을 관찰했기 때문입니다. 


 창조를 하는 과정에서 주제에 집중하다 보면 일상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제품은 누군가가 주변을 관찰함으로써 얻은 결과일 때가 많습니다. 

찍찍이라 불리는 벨크로는 스위스의 전기기술자가 옷에 쉽게 달라붙는 도깨비풀(도꼬마리) 열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발명품이지요. 


환경보호에 관한 주제로 글을 쓰던 어느 날 카페에 갔습니다. 

친구를 기다리며 카페에 진열된 잡지를 넘겨보던 도중 세계의 물 부족 경고와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에 대한 비판 기사를 발견하게 됩니다. 

주제를 계속 생각하다보니 패션 잡지에서 뜻밖의 자료를 얻게 된 겁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칵테일파티 효과라고 합니다. 

시끄러운 파티에서도 자신에게 중요한 정보(누군가 내 이름을 부를 때)는 귀에 쏙 들어온다는 거죠. 

전체가 화장품 광고로 가득한 잡지에서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쓰지 말라는 기사 한 꼭지가 눈에 들어온 건 환경 보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안양천을 산책하는데 남편이 어딘가를 유심히 보고 있더군요. 

뭘 보냐고 물어보니 멀리 있는 고층 아파트를 가리킵니다. 

색을 칠할 때 그림자 표현이 중요한데, 이 시간에는 아파트에 그림자가 어떻게 드리워지는지 외벽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도 서로의 시선이 완전히 다른 거죠. 


남편은 그림을 그릴 때도 바로 시작하지 않고 주변 환경을 둘러봅니다.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장면 중 무엇을 선택해 어떤 구도로 그릴지 관찰합니다. 

한 장면을 선택했다면 이제 그 지점을 한참 쳐다봅니다. 

앞에 놓인 의자 중 몇 개를 부각시킬 건지, 배경은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건지, 어떤 사물을 캔버스 중앙에 놓을 건지 생각합니다. 

이미지가 어느 정도 선명해지면 그제야 펜을 들고 사물의 비율을 가늠한 후 종이 위에 그리기 시작합니다. 


훌륭한 영화배우는 사람들의 말투, 태도, 습관을 관찰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창조적 삶을 사는 우리도 주변을 관찰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누군가 말을 하거나 농담을 할 때 유심히 들어보세요. 

길을 걷다 특이한 상표, 생소한 단어, 간판을 본다면 잠시 멈춰서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보세요. 

처음에는 관찰하는 게 어색합니다. 

자꾸 시도하다 보면 어느덧 자연스럽고 능숙해집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집 안에 있는 물건부터 자세히 살펴보는 겁니다. 

화분이 있다면 가지 하나에 몇 개의 잎사귀가 달렸는지, 잎사귀에 잎맥은 몇 개로 뻗어 있는지, 잎사귀는 어떤 모양인지, 색은 어떠한지, 잎사귀 뒷면에 벌레가 없는지, 줄기의 굵기는 어떤지 관찰해보세요. 

손으로 만졌을 때 어떤 느낌인지, 어떤 향기가 나는지도 확인해 보세요.


인간에게는 오감이 있지만 시각에만 의존하며 관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청각, 미각, 촉각, 후각을 의식적으로 활용하세요. 

나무나 돌멩이를 손으로 만지며 질감을 느껴보세요. 

들꽃과 풀잎의 향기를 맡아 보세요. 

과감하게 새로운 맛에 도전하며 미각을 깨워보세요.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 청둥오리가 물가에 내려하는 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려 귀를 열어 보세요. 


김연수 작가의 소설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제목이 독특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제주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을 회상하며 말합니다.

 ‘함석지붕 집이었는데, 빗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우리가 살림을 차린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이 되니까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 

아름다운 문장이지요. 

이런 문장은 평소 귀를 기울일 때만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낯선 결합에서 탄생하는 경우가 많으니 부지런히 오감을 깨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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