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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May 20. 2024

창조 활동을 위한 루틴 만들기

몇 년 전 서랍에 오래 넣어두었던 운전면허증을 꺼냈습니다. 

완벽한 자율주행 시대가 올 때까지 운전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버텼는데 부모님이 저희 집과 가까운 수원으로 이사를 오셨습니다. 

차로는 금방인데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저희는 차가 없고 부모님은 운전을 거의 안 하셔서 부모님 차를 넘겨받았습니다. 

하루에 2시간씩 5일간 장롱면허 연수를 마쳤습니다. 


다음날 차를 끌고 부모님 댁으로 출발했습니다.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10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달리고 달려도 부모님 댁이 나오질 않습니다. 

서수원에서 내려야 하는데 잘못해서 북수원에서 빠집니다. 

다시 돌아 나가야 하는데 다른 방향으로 잘못 들어섰습니다. 

초보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으면 부산까지 가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1시간을 넘겨 부모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숨 한 번 크게 쉬고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려 길을 나섰는데요. 

정신없이 달리다 표지판을 보니 서울로 가고 있더군요. 

저절로 기도가 나왔습니다. 

간신히 판교 쪽으로 빠져 나왔는데 국도로 들어서자마자 차가 멈춥니다. 

비상등을 켜고 살펴보니 기름이 바닥입니다. 

백미러와 사이드 미러 보기도 바빠 계기판을 확인하지 못했거든요. 

보험회사에서 기름 3리터를 주유 받고(삼성화재 만세) 집에 도착한 후 시계를 보니 왕복 3시간이 걸렸습니다. 


다음날 다시 운전대를 잡고 부모님 댁으로 향합니다. 

다음날, 그 다음날도 매일 똑같은 길을 운전하였는데요. 

며칠 지나니 도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어느 차선에 미리 들어가면 좋은지, 방지 턱은 어디 있는지, 어느 구간에서 속도를 줄여야 하는지 감이 옵니다. 

이 주가 지나자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이 들립니다. 

한 달이 되자 가로수 나뭇잎이 물들고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운전하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지금은 눈감고 운전합니다. 

부모님 댁으로 가는 길이 익숙해지니 뇌가 그 상황을 기억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지요. 

로운 길을 운전을 할 때는 여전히 긴장하지만요.


일상 행위에서 루틴을 만들수록 에너지가 절약됩니다. 

우리는 이를 닦을까 말까 고민하지 않고 칫솔에 치약을 묻힌 후 양치를 합니다. 

밥 먹고 샤워 하고 이 닦는 것이 루틴이 되었기에 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직이는 거죠. 

창작 활동을 할 때도 루틴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움직이게 됩니다. 

창작 루틴은 창작을 하기 위한 준비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매일 자신만의 루틴으로 창조 활동을 시작합니다. 아침마다 거울 앞에 서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 수도 있습니다. 

명상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풀 수도 있습니다. 

창작 루틴은 매일 내가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도록 그곳에 있게 하고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쓰기 전까지 저의 루틴은 이렇습니다. 

사이드 테이블에 있는 노트북을 바로 옆 식탁으로 옮깁니다. 

높낮이 조절이 되는 독서대에 노트북을 올리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배치합니다. 

주방 찬장을 열어 원두나 찻잎을 꺼냅니다. 

오전이라면 커피, 오후라면 차를 선택합니다. 


황동 드립 주전자에 물을 끓이는 동안 원두를 그라인더에 갑니다. 

가스레인지 후드에 붙여 놓은 스무 개 문장(<아티스트 웨이>에서 가져온 글> 중 몇 개를 골라 읽습니다. 

‘창조성은 나를 향한 창조자의 의지이다.’ ‘나는 기꺼이 창조할 것이다.’ 문장을 읽으며 글을 써야 할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줍니다. 

물이 다 끓으면 커피를 내립니다. 

찻잔을 들고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켜면서 잠시 기도합니다. 글 쓸 준비가 끝났습니다. 


쓰기 전에 긍정적인 문장을 읽고 기도를 하는 이유는 창조 에너지의 파동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신체, 스마트폰, 물 등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우리 눈은 원자를 직접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보는 건 원자가 흡수되고 방출되는 빛입니다. 

이 원자는 파동과 같이 행동합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원자에는 파동이 있습니다. 

제가 긍정 언어를 공기 중에 내뱉으면 그 언어가 대기를 떠돌아다니며 에너지를 모은 후 다시 되돌려 준다고 믿습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그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는 말을 함부로 듣고 흘려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뇌는 신경가소성이 있습니다. 

신경정보과학 기업 이모티브의 설립자인 탠 리는 <뉴로제너레이션>에서 말합니다. 

뇌는 ‘우리가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신경망을 끊임없이 다시 연결’하며,  ‘어떤 활동을 자주 반복하면 그 활동을 일으키는 신경 통로가 추가되어 반복 활동이 강화’된다고요. 

제가 창조성을 발휘할 거라고 소리 내어 말하면 뇌는 그 말을 인식합니다. 

뇌는 외부 환경 자극에 반응해 끊임없이 변하고 성장하기에 매일 음성으로 일깨워 주면 좋습니다. 

‘나는 할 수 있다’ 고요.


 텅 빈 모니터에 첫 문장을 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글을 쓰려고 하면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좋은 생각이 떠오를까? 막히지는 않을까? 몸 상태는 괜찮을까? 온갖 걱정이 몰려옵니다. 

시작도 하기 전 두려운 마음이 들고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할까 하는 유혹이 생깁니다. 

그럴 때 루틴이 있다면 몸이 학습효과에 의해 무의식중에 움직이며 작업할 환경을 만듭니다. 

별 생각 없이 노트북을 세팅하고 물을 끓이고 기도를 하고 따뜻한 차를 식탁에 놓으면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문장이라도 써야겠다는 욕구가 생깁니다. 


자신에게 힘을 주는 특별한 물건이나 사진을 보며 창조 활동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의미 있는 문구를 읽거나 명상을 함으로써 첫발을 디딜 수도 있습니다.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거나 혹은 어질러 놓으면서 작품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창조를 시작하기 전 나만의 규칙을 만들어 놓으면 어떤 상황에서건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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