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0년에 태어난 에밀리 디킨슨은 188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2천여 편의 시를 완성했습니다.
그녀는 외출을 자제하고 은둔생활을 하며 글을 썼습니다.
친구들과는 서신을 주고받으며 교제를 나누었지요.
디킨슨이 살아생전 익명으로 발표한 시는 7편입니다.
나머지 시들은 발표를 거부한 채 자신만의 창작 세계에 몰두했습니다.
왜 그녀가 세상에 시를 내놓기 꺼려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녀는 작품을 창조하는 행위 자체만으로 만족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디킨슨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의 작품을 알리고 싶고 또 세상에 내놓음으로써 다시 창조하려는 동기를 얻습니다.
남편은 2019년 2월부터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1월까지 2년 동안 360장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처음에 남편은 그림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걸 주저했습니다.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잘 그리는 사람도 수두룩하니 자신이 없었겠죠.
저는 그런 상황일수록 작품을 알리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은 짧은 시간에 그림을 그렸거나 간단히 드로잉만 한 그림은 인스타에 올리지 않으려고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말합니다.
“인스타그램이 너의 기록장이니 잘 그리든 못 그리든 그냥 다 올리는 게 어때? 질도 중요하지만 양도 중요하거든. 누군가는 대충 그린 그림을 마음에 들어 할 수도 있잖아.”
저는 그림을 한 장도 버리지 않고 모아 둡니다.
언제가 남편이 강의 할 기회가 생기면 참고자료로 사용할 지도 모르니까요.
작품을 완성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그것을 시장에 팔릴 수 있는 형태로 내놓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예술가는 창조자인 동시에 작품을 고객에게 알려야 하는 개인 사업자이기도 합니다.
작품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저는 직접 출판사에 원고 보내는 걸 선호합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를 통해 작품을 홍보하거나 독자와 소통하는 수단으로 삼습니다.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올리다 보면 편집자의 선택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브런치에 <둘이서 라면하나> 글을 게시하지 않았다면 그 원고는 출판되지 못했을 겁니다.
아이디어스에서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디자이너나 화가라면 마플에서 자신의 디자인을 상품에 입혀 판매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직접 작품을 파는 것도 가능합니다.
어떤 경로든 작품을 물리적 형태로 만들어 제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나의 작품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플랫폼 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나고’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습니다.
사나고는 3D 펜 아티스트입니다.
3D 펜은 글루건처럼 열에 녹은 플라스틱 심지가 펜에서 나옵니다.
그 순간 굳는 성질을 이용해 물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2018년 그는 3D 펜으로 공예품 만드는 과정을 유튜브에 올리며 유명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유튜브로 인해 전업 작가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전자제품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게 어릴 적 취미였던 그는 2024년 365만 명 구독자를 거느린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되었습니다.
그는 플랫폼에 작품을 올렸고 사람들은 그를 발견했습니다.
저도 얼마 전부터 브런치에 틈틈히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출판계에 있던 누군가가 우연히 글을 보고 연락을 할지도 모르니까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해 보는 것이지요.
각종 분야의 공모전도 많습니다. 참여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습니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 작품을 사랑하고 존중한다면 그 작품이 빛을 볼 수 있게 노력하는 것도 나의 몫입니다.
가치 있는 일은 시간이 걸리게 마련입니다.
작품이 팔리지 않더라도 묵묵히 작품을 창조해 가며 세상에 알리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의 무관심을 뚫고 나가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작품을 공개적으로 전시할 수 있고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야 합니다.
나의 창조물이 도약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나를 세상에 내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