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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Aug 05. 2024

슬럼프에 빠졌을 때 회복 탄력성이 중요하다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며 자신감을 상실합니다. 잘 쓴 책이 수없이 많습니다. 

지금 쓰고 있거나 혹은 쓰고 싶은 내용이 담긴 책을 신간코너에서 발견하면 난 이제 끝이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힘이 쏙 빠집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저 책은 다른 작가의 언어로 쓴 거야. 부족하더라도 내 언어로 써봐야지.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쓰던 글을 이어 쓰기 시작합니다. 


 창작활동을 하다 보면 갑자기 건강에 문제가 생깁니다. 

집안에 큰 사건이 터져 수습하느라 정신없을 때도 있습니다. 

주변 반대가 있기도 합니다. 생업이 너무 바빠 잠시 중단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작품을 시장에 팔아보려 애쓰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어 좌절합니다. 

창조성이 메말라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슬럼프에 빠지기도 합니다. 

창조를 할 때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건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작품이 언젠가 인정받을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만 있다면(5년? 10년?) 현재가 고통스러워도 작업을 지속할 수 있지만 미래를 알 수 없으니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매몰비용이 아까워 한 작품만 붙들고 늘어져 있기도 합니다. 


 지인이 어느 날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검사를 받았지만 진단이 제각각이고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수없이 병원을 돌아다니던 중 한 병원에서 원장님이 명쾌하게 그러더래요. 

“호르몬이 부족해서 그런 겁니다. 갱년기 증상이네요.” 

처방을 받고 원장실에서 나오며 지인은 눈물이 났습니다. 

간호사는 큰 일이 났나 싶어 그녀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습니다. 

지인은 간호사에게 말했습니다. 

“기뻐서 그래요. 왜 아픈지 드디어 알게 되니 기뻐서 눈물이 나네요.” 


 인생에서 우리는 현실을 정확히 알기 원합니다. 

앞날을 최대한 예측하여 삶의 방향을 설정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벗어날 수 없는 3차원 세상에서 살기에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확실한 미래를 꿈꾸는 것이겠죠. 

그러니 작품 활동을 하다 슬럼프가 찾아오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건 슬럼프를 잘 극복하고 빠른 시간 안에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가 하는 겁니다. 


 저도 종종 슬럼프와 마주칩니다. 

슬럼프는 글을 쓰는 저를 보며 딱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뭐하는 짓이니? 무슨 쓸모가 있니? 누가 알아주기나 하니? 

슬럼프는 마음을 헝클어 놓고 사라집니다. 

러면 저는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글쓰기를 완전히 멈추고 딴 짓을 합니다. 

하루 종일 영화만 보거나 추리소설을 읽습니다. 

새로운 요리를 해보겠다며 온갖 식재료를 삽니다. 

디저트를 끊임없이 먹어 얼굴에 뾰루지가 나기도 합니다. 

글쓰기와 전혀 관계없는 일로 시간을 보내다보면 마음속에서 누군가 말을 겁니다. 

‘딴 짓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글 좀 쓰는 게 어때?’ 

희미한 소리라 무시할 때도 있지만 다시 써볼까 하는 마음도 듭니다. 

슬럼프한테 한방 걷어차이긴 했지만 멍이 빠지니 다시 통통 튀어볼 마음이 생기는 거죠.


 슬럼프가 닥치면 의욕이 사라져 다른 일도 함께 꼬일 때가 많습니다. 

숨만 쉬는 것도 힘이 듭니다. 무기력이 몸과 마음을 압도합니다. 

그럴 때는 작업을 완전히 내려놓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 보세요. 

장소를 옮겨 환경에 변화를 주세요. 

창조 활동을 하느라 포기했던 새로운 일에 관심을 기울여 보세요. 

외부 감각과 정보를 차단하고 내면에 집중해 보세요.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 한편에서 창조에 대한 갈망이 촛불만큼 피어납니다. 

불빛을 꺼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손을 모아 촛불을 감싸세요. 

이제 마음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도록 장작을 패러 가야 합니다.


 창작에 관한 자료를 모으며 수많은 예술가의 삶을 살펴보았는데요. 

그들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뿌린 대로 거둔다’입니다. 

창작을 반복합니다. 지겹습니다. 반복합니다. 

힘이 듭니다. 반복합니다. 

임계점을 넘깁니다. 반복합니다. 익숙해집니다.

땀과 눈물을 쏟으며 씨를 뿌리면 반드시 수확할 날이 옵니다. 

주저앉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끈질기게 매달리다 보면 반드시 빛을 볼 날이 옵니다. 


우리 작품은 이제 땅에 막 심은 묘목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묘목이 흔들리지 않게 버팀목을 세우고 자라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묘목이 자라 나무가 될 때까지 물과 비료를 줘야 합니다. 

잘 성장한다면 나무는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그 중에는 누가 봐도 탐이 날만큼 커다랗고 아름다운 열매가 있습니다. 

벌레가 파먹어 흠집이 생겼거나 모양이 울퉁불퉁한 열매도 있을 겁니다. 

땀 흘려 수확한 열매라면 과실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시작은 묘목 한 그루이지만 주렁주렁 열매가 잔뜩 달릴 나무를 기대하며 슬럼프를 이겨 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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