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三養)라면은 삼양 식품이 만든 것인데 삼양의 뜻은 뭘까? 삼은 천(하늘), 지(땅), 인(사람)을 뜻하고 양은 영양을 공급하여 기른다는 뜻이다. 즉 영양이 풍부한 식품을 가공하여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는 의미이다. 원래 천지인은 만물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동양철학의 주요 이론에 등장한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역경(주역)에서는 사주를 볼 때 사용하기도 한다. 초가공 식품인 라면이 건강 면에서는 썩 좋지 않겠지만 삼양의 뜻 자체는 아름답다.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삼양라면은 한국 최초의 라면이다. 라면 봉지에도 1963년부터라고 적어놓았다. 처음 나왔을 당시 가격은 10원이었다. 짜장면 가격은 30원 정도였다. 한국의 인스턴트 라면 시장을 개척한 삼양라면은 1980년 중반까지는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농심이 신라면과 안성탕면을 출시하면서 삼양은 2위로 밀려나게 되었으며 그러던 중 우지 파동이 터지고 만다.
우지파동은 1989년 공업용 소기름으로 면을 튀겼다는 익명의 투서가 서울지방검찰청에 접수되면서 시작되었다. 1980년대는 한국이 막 성장하던 시기라 많은 국민이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며 온갖 유해물질에 노출된 시기였다. 그런 시점에 삼양 라면을 튀길 때 공업용 기름을 썼다는 소문이 돌자 그 파장은 어마어마하였다. 소비자 단체와 언론이 비판을 가하기 시작하자 불똥은 쇼트닝과 마가린까지 튀었고 그로 인해 과자, 튀김, 통닭 매출까지 영향을 미쳤다. 삼양라면을 비롯한 여러 라면들의 생산이 중단되거나 매출이 급감했고 외국에서도 한국 라면 수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제야 정부는 심각성을 깨닫고 긴급 성분조사를 한 후 기자회견을 열어 라면에 정밀 검사를 한 결과 어떤 제품도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없다고 발표하였다. 삼양라면은 라면을 튀길 때 1등급 우지가 아닌 질이 떨어지는 2등급~3등급 우지(비식용 우지)를 쓰다 국가적인 몰매를 맞은 후 농심이나 오뚜기처럼 식물성 기름인 팜유로 바꾸어 버린다. 현재 모든 라면은 팜유로 튀긴다. 하지만 팜유로 면을 튀길 때 발암물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삼양라면의 슬픈 역사를 알고 나니 앞으로 삼양라면을 애용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삼양라면에는 햄 맛이 난다. 심지어 햄맛 후레이크도 들어있다. 라면 포장지 그림에도 동글동글한 햄이 라면 위에 올려져 있다. 삼양라면 주위로 크게 그려진 빨간 원도 햄을 연상시킨다. 나는 햄을 싫어한다. 핫도그나 김밥에 들어가는 햄도 다 빼고 먹는다. 어렸을 때에는 햄이나 소시지 반찬이 없으면 밥도 안 먹었다는데 크고 나서는 가공육을 거의 먹지 않는다. 남편은 부대찌개를 좋아하니 삼양라면도 맛있게 먹을 거다(어쩐지 라면 프로젝트 한다고 라면 몇 개를 처음 사왔을 때 삼양라면이 있더라니).
그러고 보니 부대찌개도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오전 4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기습적으로 대한민국을 침공하여 한국전쟁이 시작된다. 미국 부대가 한국을 돕기 위해 의정부, 평택 등에 주둔하게 되고, 미국에서 깡통에 든 햄, 강낭콩 등이 군인 보급품으로 들어온다. 이때 한국인들은 캔에 든 가공 음식에 고추장을 넣어 찌개를 만들고 이를 부대찌개라 부르게 된다. 부대찌개는 의정부식과 송탄식으로 나누는데 전자는 맑은 육수를 사용하여 개운한 맛이 나고, 후자는 소시지와 햄을 많이 넣고 치즈를 첨가하여 진한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