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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원 Mar 25. 2024

오늘의 날씨: 거센 봄비

겨울이 질투하나 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꿈꾸는 사이에 도착했던 뉴스 알림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잠든 사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고 싶은 것도 있지만,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오늘은 강풍이 불다가 오후에는 거센 봄비가 내린다고 한다.


오늘의 날씨에 맞는 복장과 아이템인 우산을 갖추고 출근을 한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동안 사람들의 손에 우산이 들려 있지 않으면 걱정이 되기도 하면서 내가 들고 있는 커다란 우산이 든든해진다. 그렇게 지하철에 몸을 싣고 회사와 가가까워지면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게 정상이지만, 오늘은 출구밖을 나오자마자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어 걸음을 재촉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소소리 바람’인가? 아니면 예보되어 있는 거센 봄비의 전초전인가? 등등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면 테헤란로의 벚꽃나무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직 벚꽃나무의 꽃봉오리는 웅크리고 있지만 저 꽃봉오리는 지난겨울부터 발아할 순간만을 고대해 왔다.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제법 푹했던 탓에 헷갈리기도 했겠지만 오늘의 거센 바람과 비를 마주하고 나면 출근하는 직장인도 멈칫하게 만들 예쁜 꽃을 피워낼 것이다.


온갖 시기질투를 겪더라도 한자리에서 오랜 시간 겪어낸 꽃 봉오리는 바람과 비를 양분 삼아 결국엔 누구에게나 사랑받으며 따스한 봄을 마주한다.  


마침내 어떻게든 봄은 온다.


소소리-바람
「명사」  이른 봄에 살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차고 매서운 바람.

푹-하다
 「형용사」  겨울 날씨가 퍽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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