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연락은 꼬박꼬박 했어야지?
"나는 ‘형’에게서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이 비좁은 하수관을 나와 탈옥에 성공했을 때 느꼈던 '해방감'을 엿볼 수 있었다."
친한 형이 자유의 시간을 선물 받았다. 형은 이제 막 100일을 넘긴 아기의 성장을 잠시동안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입가엔 숨길 수 없는 옅은 미소가 가득했다. 그렇게 보름 정도의 기간 동안 형은 야근 후에 치맥을 하는 등 오랜만에 회사 근처에서 외식을 만끽했고, 그 자유의 시간들이 너무나도 빠르게 끝나갈 때쯤 나의 인스타그램에 생소한 알림이 떠올랐다.
회원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 합니다.
밤 9시 53분에 온 알림. 그날 하필이면 오랜만에 삘을 받아 인터넷 강의에 집중하고 있었고, 굳이 보지 않아도 스팸문자일 것이라는 생각에 읽지도 않은 상태로 다음날을 마주했다. 해가 뜨고 출근을 위해 지하철에 몸을 맡기고 나서야 어젯밤에 온 알림이 형수님에게서 온 메시지인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메시지를 보는 순간, 덥고 습한 여름 지하철에서 색다른 '싸늘함'을 느꼈다.
"종원 씨 안녕하세요. OOO 와이픈데 오빠가 3시부터 연락이 안 되어서요ㅠㅠ 사무실에 혹시 무슨 일 있나요? 밤늦게 죄송합니다ㅠㅠ"
이 형은 왜 연락을 놓쳐서 이 사단을 만드나?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연락'이다. 대부분의 커플이나 부부라면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함께하는 시간보다 출근 등으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의 비중이 더 높을 것이다. 이렇게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 심적으로나마 가까이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연락'이다.
연락은 '어떤 사실을 상대편에게 알림'이라는 뜻도 있지만 '서로 관련을 가짐'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연락을 통해 서로 관련성이 생기고 이를 통해 특정된 사이에서의 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도 이전의 연애에서 불안함과 공황장애로 힘들어할 때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여자친구는 나의 연락이 멈추었던 시간을 "동굴에 들어갔다."라고 표현했었는데, 내가 동굴에 들어간 사이 연락이 되지 않자 여자친구는 혹시나 내가 사고가 난 것은 아닐까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불안감을 느꼈었다.
불안정했던 나의 심리상태를 여자친구가 알게 되면 걱정할 것 같다는 판단에 반나절 정도 진정의 시간을 가진 것이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멍청한 짓이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나의 심리상태를 말하던지 하지 않았던지 나로 인해서 여자친구가 걱정을 하는 것은 똑같았다. 결국에 나는 엄청 혼났었고 이 일을 계기로 연락은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준점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연락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냥 일어났으면 일어났다고, 출근했으면 출근했다고, 점심을 먹었으면 먹었다고, 상사 때문에 화가 났으면 났다고, 퇴근했으면 했다고, 누웠으면 누웠다고 말하면 될 뿐이다. 휴대전화의 수많은 알림들 중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메시지를 먼저 확인하거나 메시지가 없으면 먼저 보내면 될 뿐이다.
멀 이런 거까지 얘기해
그리고 오래 지내온 사이가 되다 보면 보낼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정보를 선별하는 것이 때론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단순하게 '귀찮음'이 이유라면 이는 곧 상대방이 귀찮아지기 시작했다는 것과 같을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선 의심의 씨앗이 자라나는 양분이 될 것이고, 결국엔 연락이 필요 없는 사이가 되어버릴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휴대전화의 화면을 보면서 살아가는데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메시지 몇 번 보내는 걸 귀찮게 생각한다면 그냥 그 관계는 이미 깨진 유리창과 다름없다.
연락을 한다는 건 상대방에 대한 관심표현이고, 시시콜콜하지만 소소한 이야기들이 모여 기억이 된다. 또, 이러한 기억들이 모여 우리의 마음속에 추억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추억들 속에서 행복함을 느낄 때 평생을 함께 하고픈 사람을 만났다고 말한다.
연락을 잘하자. 그래야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