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부터 할게요 7화
"어머님은 뭐라셔?"
"뭘 뭐래... 아무 말도 없어."
"그래도 어른들은 그게 아니야. 엄마아빠 욕먹지 않게 잘해야지."
우리 엄마는 타고난 걱정인형에다가 잔소리꾼이다. 걱정해서 어디다쓰냐는 주의인 내 입장에선 1부터 10까지 이해 안 가는 거 투성이다.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이 있으면 나라도 미리 걱정할 거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걱정해서 되는 일이 없지 않나.
한동안 잠잠했던 엄마의 걱정 바구니에 새로운 게 담겼다. 어찌어찌 키워낸 딸 둘이 제 앞가림을 하고 살고 있어서 걱정할 게 없어서 새로 찾아낸 '걱정!'인 것 같았다. 바로 나와 내 남자친구의 동거...가 아닌 남자친구의 부모님이다. 정확히 말하면 남자친구의 부모님(엄마의 생각으로는 이미 시댁)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혹시나 흉을 보진 않을지가 엄마의 걱정거리다.
엄마랑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매사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이번에 어머님이 집에 놀러 오셔서 주무시고 가셨어."
"아 그래? 밥은 뭐해먹었어?"
"고기 사다가 오빠가 국이랑 밥이랑 해서 차려드렸어."
"아이고... 어른들이 흉본다. 남자만 시켜 먹는다고."
"???"
"잠은 어떻게 주무셨어?"
"그냥 서재방에 있던 이불 깔아드렸지."
"그러니까 이불 진작에 새로 사준다고 했잖아. 그래도 시부모님 오는 데 제대로 된 이불 드려야지."
"???"
"명절에 인사 전화 좀 드렸어?"
"아니. 선물만 보냈어."
"그래도 어른들한테 전화를 해야지."
"???"
모든 이야기가 기-승-전-결(시댁이 흉본다, 네가 잘해라)로 끝을 맺었다. "도대체 엄마는 누구 엄마야? 그쪽집에서도 아무 말 안 하는데 왜 그래. 그만 좀 해." 짜증을 버럭 낸 게 몇 번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시댁 스트레스가 많다던데, 나는 시댁 스트레스를 경험하기도 전에 엄마표 잔소리부터 들어야 했다. 엄마가 남자친구네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았다. 전화를 하거나 만날 때마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시댁이 어떻게 생각하겠어'로 흘러갔다. 엄마를 보면서 딸 가진 부모가 죄인이란 옛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었다. 정작 남자친구의 부모님은 우리 엄마아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심도 없는데 말이다.
"엄마는 고모랑 할머니한테 잘했는데도 욕만 먹었잖아. 내가 어떻게 하든 어차피 욕할 사람은 욕해."
엄마의 끊임없는 잔소리에 결국 나는 엄마의 상처를 건들고 만다. 엄마는 시댁에서 받은 상처가 많다. 엄마 나름대로 고모들과 할머니 등 뒷바라지를 열심히 했는데 돌아오는 건 무시와 비난뿐이었다고 여긴다. 그런 엄마조차도 딸한테 "시댁에 잘하라"라고 말하게 되는 딸 가진 부모의 죄의식은 무엇일까. 이 굴레를 나부터라도 깨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