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부작용 -치매약 vs 수면제
치매약과 수면제. 우리 할머니께 꼭 필요하지만 한편 그 부작용을 떠올리면 너무나 두려운 약이다.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는 경구 투약용 치매약을 처방받았다. 기존에 알려진 부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약을 드시고부터 할머니는 부쩍 자주 소변이 마렵다고 하셨다. 평소 물을 자주 드시는 편이지만, 특별히 대소변을 가리는 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치매약을 복용한 뒤 유독 소변 참는 것을 어려워하셨다. 그러다 어느 날 서 있는 자리에서 갑작스레 소변을 보시고 말았다. 바지 사이로 흘러나오는 그것을 보며, 할머니께서도 적잖이 당황하신 듯 그대로 얼어버리셨다. 그 길로 당장 주치의를 찾아가 패치형 치매약으로 바꿔 보았다. 초반 며칠 동안은 패치를 붙이고 나서 어지러움이나 메스꺼움을 호소하셨지만,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큰 부작용 없이 잘 붙이고 계신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은 수면제였다. 대개 치매 노인들은 불면증을 호소하기 마련이고, 잠이 부족해지면 그만큼 퇴행이 가속화되기 된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수면의 질과 양이 중요하기 때문에 약물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할머니를 재우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처음에 처방받은 졸피뎀-졸피람, 스틸녹스, 졸피드 등 각각 다른 업체의 약을 시험해봤다. 결과는 모두 꽝!-을 드시고는 정말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다. 말 그대로 할머니가 미쳐 날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몇 년 전에 졸피뎀의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 크게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 그분들처럼 할머니도 밤새 같은 행동을 반복하셨다. 그뿐만 아니라 야심한 시각임에도 목소리와 행동이 엄청나게 크고 과격해져서 모두 달려들어 할머니를 진정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이상한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시는 바람에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집 밖으로 달려 나가기도 하셔서 한밤의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 뒤 주치의와 상의한 뒤 졸피뎀 종류의 수면제는 완전히 다 끊었다. 대신에 항히스타민제 성분의 수면유도제와 감태 추출물을 복용 중이다. 일단 다음 날의 어지러움이나 소변 문제와 같은 부작용은 없었다. 하지만 약효가 세지 않아서 그런지, 가끔은 늦은 시각까지 안 주무시거나 새벽에 일어나서 배고프다고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다만 수면유도제의 장기 복용은 좋지 않고, 노인들의 경우 배출이 늦어져 다음날 지장을 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되도록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은 드리지 않고, 숙면에 도움이 되는 감태 추출물을 꾸준히 드리고 있다. 무엇보다 수면 주기를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할머니께서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실 수 있도록 밤 10시만 되면 우리 집은 전원 소등이다. 불을 켠 채 문을 닫고 있어도 새어 나오는 빛을 보고 귀신같이 달려 나오시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왜 이리 예민하고 민첩하신지 모르겠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것이 치매 노인인 것 같다.
이렇게 인고의 시간을 거쳐 힘겹게 찾아낸 약들인 만큼 이제는 이 약들 덕분에 할머니께서 무탈하게 늙어가셨으면(?) 좋겠다. 정말 별다른 문제없이 조용히, 편안하게 그렇게 여생을 보내시길 바라본다.
덧. 치매의 치료에 약물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향정신성 약물의 특성상 같은 성분이라 할지라도 복용 시 저마다 다른 특성을 보일 수 있다. 이를테면 졸피뎀처럼 용량은 동일하게 들어있지만, 개인에 따른 부작용의 정도와 양상은 완전히 다르다. 실제로 후기들을 찾아보면 치매약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패턴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인에게 적합한 약을 찾을 수밖에 없다. 물론 치매약의 효과는 어마 무시해서 확실히 퇴행의 진행 속도가 늦춰지는 것이 피부로 확 느껴진다. 그러니 약물의 의존성이나 부작용 때문에 무작정 거부할 것이 아니라,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현명하게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