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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임 Mar 22. 2021

평영

휴식기에 온몸을 내맡기고 그렇게 계절은  번이 바뀌었다.  즐겁게 읽었고, 때때로 썼으며  번의 여행을 다녀왔다. 해가 바뀌면서 채식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드디어, 배우고 싶었던 수영을 시작했다.

대학 때부터 입버릇처럼 떠들고 다녔지만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수영. 다행스럽게도 집 근처에 위치해준 수영장 덕분에, 나와 함께 수영을 시작하고 싶다는 그 덕분에 이번이야말로 그 어렵다는 시작을, 했다.


나는 2016년의 봄, 흐르는 시간 안에서 배영 중이다.

물 위에 몸을 맡긴 채 표정 없는 얼굴로 하늘을, 아니 코팅된 수영장의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의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이따금 목에 힘이 들어간다. 나아가기 위해 다리를 굴리지만 허벅지가 뻐근하다. 분명 얼굴은 물 위에 떠 있는데도 가쁜 숨은 가슴을 쉴 새 없이 오르내리게 한다.

아직 배영은 내게 자연스럽지 못하다.


어떻게든 앞으로는 나아가고 있다. 물을 차올리는 동안 주변의 사물이 스쳐 지남을 느낄 수 있으니까.

물은 나의 움직임을 모른척하지 않는다. 물 위의 누군가에게는 내 모습이 평온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속도를 내려하면 허벅지의 뻐근함이 속도를 늦추고, 시야가 갑갑해 물안경을 벗어 올리면 옆 레인에서 넘어온 가열한 접영의 물살이 물을 먹인다.

나는 그저 천장에 비친 내 모습이 보고 싶었다.

물 위에 곧게 뻗은 일자의 전신이 자연스럽게 물 위를 헤쳐나가고 있는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인지 확인이 하고 싶었을 뿐인데. 어쩐지 배영은 자유형만큼이나 숨이 차다.


물 위를 유유히 가르는 평영이 내게 훨씬 자연스럽다.

물과 내가 하나 되어 양옆에 붙들 무엇이 없어도 두렵지 않은. 숨이 막혀오면 두려움에 발버둥 치기보다 천천히 몸을 둥글려 물 위로 올라오면 되는 아주 자연스러운 몸의 동작.

나는 문득 평영 하듯 살고 싶어 졌다.


나의 평영 자세는 가끔씩 자연스러웠고, 때때로 불안정했다. 리드미컬한 동작에 사념이 끼어드는 순간 어김없이 균형은 흐트러졌고, 제자리에 떠 있는 몸은 더 이상 나아가질 못한 채 좌우로 흔들린다. 그럴 때면 들려오는 강사의 목소리.

‘손 한 번에 다리 한 번이에요, 손 먼저 그리고 다리.’

나는 한 번 씩 웃어 보이고 다시 물속으로 뛰어든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마음의 준비가 조금 더 필요한 자유형보다 평영을 대하는 나의 자신감은 5초쯤 앞서있다.


손을 앞으로 쭉 뻗은 채 물 위에 올라타 머릿속에 동작을 그린다. 손 한 번에 다리 한 번. 나는 태어나 처음 물속을 가르는 개구리처럼 서투르지만 자연스럽게 물속을 가른다. 순서를 더 이상 되뇌지 않아도 유유히 앞으로 나아가는, 레인의 중반을 막 넘어선 무렵, 비로소 물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냈음을 감지한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유영. 스르륵 미끄러져 나가며 되찾은 여유가 손끝과 살결에서 물결을 음미하게 한다.


평영 하듯 살아지고 싶다. 이 삶이 나이듯 내가 곧 이 삶인 듯. 가끔 숨이 막히면 물 위에 올라 숨을 가득 머금고, 인내가 필요한 순간엔 잠영하여 묵묵히 발길질을 하고, 한 번의 킥 후에 찾아오는 평온함을 즐기며.

이윽고 그렇게 내 삶 위에서 유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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