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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임 Mar 25. 2021

오늘이 제일 예쁘다

스무 살 무렵의 내가 그리도 예뻤음을 그땐 알지 못 했다.

외모를 가늠할 수 있는 부위마다 마음에 들지 않아 했던 그때의 나로선 감히 깨닫지 못했을 그 시절의 예쁨이 이제 와서 이렇게 예쁘다.

그때 내가 내게 쏟은 미움은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는데. 엉망이었던 자존감과 콤플렉스로 똘똘 뭉쳐 있던 아까운 청춘. 타인에게 건네는 사과의 말은 언제든 튀어나올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나에게 뻗는 화해의 악수는 이토록 오래 걸렸다.

뭐가 그렇게 미웠을까. 왜 그렇게 혹독했을까.

지금의 내가 예쁜 줄은 이렇게 잘 알겠는데.

내 안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전쟁. 그 증오의 힘으로 나이를 먹었다. 휴전에 임박해서야 시간의 흐름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본다. 아, 신이시여. 정녕 나의 이십 대는 이렇게 저물고 마는 건가요. 그래서 오늘의 하루가, 주말이, 어느새 지나간 일주일이 애가 닳게 아쉬운 줄 알지만 스무 살의 그땐 미처 몰랐다. 나의 하루가, 내일이, 수 없이 미워했던 어제가 예뻤음을.

지금의 마음으로 나의 스무 살을 예뻐했더라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이십 대를 보낼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래서 스무 살로 돌아가고 싶으냐 묻는다면, 아니오. 지금의 내가 좋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후회가 없으므로. 그때의 미움은 응당 그래야 했던 것이겠지, 그러니까 지금의 내가 있겠지 하고 말아버릴 뿐이다. 다만 그때의 나를 예뻐하지 못했던 아쉬움은 앞으로 차차 갚아갈 요량이다.

그렇게 내일의 나는 한층 더 예뻐져 있겠지. 아직은 생각만으로도 어색한 머지않은 나의 서른에는 아름다울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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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십대는 삽시간에 소진됐고 정신차려보니 삼십대의 한복판이었지만, 나는 오늘이 제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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