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마.
고실고실한 앞발을 부여잡고 오늘도 사정하는 말.
죽지 말아.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살다 언니랑 같은 날 떠나자.
말랑말랑 따뜻한 차돌 같은 발바닥에 코를 파묻고 늘어진 목덜미를 킁킁대면 귀찮아하면서도 발라당 배를 보이는 나의 늙은 개.
귀여움에도 냄새가 있다면 그건 너의 냄새일 거야.
너의 이 고소한 냄새를 어쩌면 좋아.
포동포동한 엉덩이를, 쓸어내리면 손가락이 숨바꼭질을 하는 너의 곱슬곱슬한 털은 어쩌면 좋아.
품에 안으면 갑갑해 하는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어.
이런 네가 머지않은 미래에 내 곁에 없다는 생각을 하면 속수무책으로 코끝이 아려오는걸.
조금만 더 맡을게. 조금만 더 안아볼게. 이 정도의 포근함. 이만큼의 무게. 매일매일 몸으로 기억할게.
아주 드물게 내 무릎 위를 찾는 너의 뚠뚠함에 행복해하면서 그 발 저림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내일도 네가 처음 내 품에 온 그날도 매일매일 사랑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