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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Apr 19. 2024

비가 온다

당신의 오늘을 기억하는 이스탄불

 건강을 생각해서 영양제를 먹고, 일찍 자고 적당히 땀 흘릴 만큼 걷고 운동하고 책을 읽고 신청해 놓은 자격증 공부를 하고, 이불 털고 반찬 만들고 지난 여행 중 신은 아들의 운동화를 씻어본다. 탈수가 되는 동안 청소기 돌리다 손빨래를 한다. 그러다 라디오 들을 시간이라며 휴대폰을 만진다.

 어제 널어둔 겨울패딩도 이제 다 말랐다.


 '너무 바쁘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새어 나온다. 이스탄불에 비가 와도 매일 자박자박 걸었는데, 비가 와서라는 핑계로 한 번도 가지 않은 동네 커피숍에 들어왔다. 어제는 약국 앞에서 신문을 보고 있던 녀석은 날 좀 만지라고 옆에 와 몸을 비벼댄다. 어제는 과일 사려고 이곳을 지나갔나. 동네 가게에 앉은 게 정말 오랜만이다. 주문을 하고 털썩 앉았다.


 "비 온다. 좀 쉬자. "


시간별로 알람을 걸어 할 일을 체크하던 소리를 끄고, 비 오는 소리를 듣는다.

동네의 공사소리, 오토바이의 굉음, 새소리, 동네 사람들의 대화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본다.

 

 그래도 오늘은 그렇게, 깊은 옷장 속으로 바쁘게 넣었을 도톰한 옷을 아직 정리하지 않아도 될 이유가 생겼다.


 "비 온다. 조금만 쉬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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