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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Mar 22. 2024

난 사랑이 버거워

당신의 오늘을 기억하는 이스탄불

 아들이 불 꺼진 잠자리에 누워 이야기한다. 이프타르* 회식으로 남편도 없는 오늘밤은 온전히 우리 둘이다.


 아들과 깜깜한 천정을 바라보며 대화한다.


"엄마, 같이 놀기 싫은데 자꾸 놀자고 건드려."


 혼자 무언가를 계속 만들고 책을 보고, 아들은 첫인상과는 다르게 함께보다 오롯이 혼자 있는 자기만의 시간을 즐긴다.

 이것도 우리가 닮았는가 싶게 아들은 혼자 무언가를 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친구들이 왁자찌걸한 그 공간에서 자기 놀이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친구들이랑 안 놀고는 왜 거기 가냐는 내 물음에,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친구가 좋단다.


 교실에서 책을 봐도 집에서 누가 있을 때도, 그저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게 좋단다. 아들 말을 들을수록 묘하게 내가 떠오른다.


 둥글둥글한 얼굴 둘이 깜깜한 방에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엄마, 난 사랑이 버거워."


 단지 안 고양이 두 마리, 다른 고양이들 눈에는 시시한 장난감에도 신기한 듯 집중하는 어린 고양이 까미와 씩씩이. 맑은 날, 일층 사는 고양이 주인아저씨가 고맙게도 부엌문을 열어주어 반갑게 만나는 두 녀석.

 한참을 놀았건만 까미와 씩씩이는 아직 다 못 놀았다며 우리 집 앞까지 쫓아와 입구 앞 계단 위에 서서 너와 나를 기다린다.


 "어서 나와! 더 놀자!"

 

 계단 위에 두 눈 동그란 두 녀석들을 보며, 나도 아들에게 말해본다.


 "사실 나도 사랑이 버거워."


 

*이프타르 

 라마단 기간에 무슬림들이 일몰 직후 금식을 마치고 먹는 첫 번째 식사를 의미합니다. 현재 이스탄불은 라마단 기간입니다.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을 합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평소보다 많이 먹는 튀르키예 사람들도 만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이프타르는 현지시각 기준, 저녁 8시 이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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