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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Mar 08. 2024

노안(老眼)이 와도

당신의 오늘을 기억하는 이스탄불

 요즘 노안이 오는가. 눈이 침침해서 책을 볼 때 쓰는 안경을 맞추었다. 가방에서 안경을 꺼내 책을 읽는다. 이젠 서점에서 튀르키예어 책도 펼쳐서 살펴본다. 생각해보니 언제 이걸 또 보겠나 싶어 괜히 읽어본다. 못 읽겠다. 모르겠다. 튀르키예어 동화책도 내게 어려운데, 졸음이 온다.


 어쩌다 보니 청소년 코너에 이르렀다. 익숙한 책 제목이다. 책 안에 튀르키예어로 적힌 그들의 데뷔과정부터 히트곡과 상징, 코로나 이후 그들의 활동, 팬 아미 등이 자세히 적혀있다. 최대한 열심히 읽어본다. 꽤 흥미롭다. 역시 아는 게 나오니 퍽 반갑다. 갑자기 튀르키예어를 이 책으로 공부해야 하나 한참을 읽어보며 고민하다 결국 책을 내려놓고 집에 왔다.


 아무래도 팬으로서 이걸 사선 안 되겠다 싶었다.


 한 집에 같이 사는 사람에게 책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왜 내가 안 샀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BTS 책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BTS 좋아하는데 하나 사서 오지."


  사람 안경이 이상하나 그래도 참 고마운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도 알고 기억하니 말이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블랙핑크 책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는 놀라며 말한다.


 "그런데 블랙핑크가 왜 이래?"


 참 다행이다. 마흔이 넘으면 우리네 눈에 노안(老眼)이 온다던데, 안경 낀 그대가 내가 늘 보는 BTS는 못 알아봐도 블랙핑크는 온전하게 알아보니 아직 그는 참으로 건강하다. 아하하.


 이렇게 오늘, 뜻깊게 그대의 건강을 확인했. 



 

이스탄불은 어제는 참으로 맑더니 다시 비가 옵니다. 눈이 건강한 행복한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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