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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Mar 01. 2024

할아버지의 아블라(Abla)

당신의 오늘을 기억하는 이스탄불

 거리의 꽃 가게, 늘 계시던 할머니 대신 할아버지가 계신다. 할머니는 점심을 드시러 가신 걸까. 할아버지는 내게 평소보다 비싼 꽃값을 부르신다. 비싸다고 말하곤 돌아설까 하다 결국, 지갑에 있는 현금을 꺼내 꽃 두 묶음을 샀다.


 하나는 아들의 것, 하나는 누구를 위해서 사는 걸까. 계획에 없이 오늘도 꽃을 하나 더 샀다. 그리곤 아들에게 하나, 그리고 그날 가장 꽃이 필요한 사람에게 건넨다.


 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곤, 나의 건강을 늘 먼저 묻는 다정한 아버지이자 이웃 아저씨. 그는 가끔 스스럼없이 자신의 고향, '다카'라는 방글라데시의 도시를 말한다. 그가 말하는 그의 고향은 이스탄불보다 때론 더 불편하고 더럽고 비합리적이. 그의 묘사 속의 고향은 무질서하며 힘들고 어지럽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의 표정은 슬프기보다 행복하며, 따뜻하다.


 그의 이야기 덕분에, 나는 어느새 이스탄불에서 방글라데시의 '다카'를 가지 않고도 그 도시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가끔 우리는 싱겁게 웃으며 이 대화를 한다.

 

 "여기보다 별로인데, 나는 왜 자꾸 생각날까."

 "고향이잖아."


 그리곤, 오늘은 그에게 무심하게 꽃을 건넸다. 늘 싱거운 농담을 먼저 보내는 그에게, 너의 딸에게 네가 직접 주라고 말한다. 그리곤 혹시나 너의 아내도 나처럼 고향을 그리워하면, 미용실 가서 머리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 이 미용실이 이 동네에선 그래도 좀 저렴하다며 싱거운 농담을 던져본다.


 그를 보며 꽃집의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할아버지는 연신 내게, 말하셨다.

 Ablam, Abla.Teşekkürler. Teşekkürler.

(아블람, 아블라. 테셰큘레. 테셰큘레)

 나의 여동생, 고마워요.


 바가지를 쓰고는 나도 고맙다고 말해본다.

 "Teşekkürler ederim."

 (테셰큘레 에데림.)


 어쩌면 이곳의 아블라가 되려면, 가끔 바가지도 맞아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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