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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Feb 16. 2024

가만히 너를

당신의 오늘을 기억하는 이스탄불

  아무 생각 없이 너를 본다. 너도 나를 보는구나. 아침밥 달라는 것인가. 한참 서로를 바라봤다. 겁도 없는 녀석이다. 이스탄불 이곳, 몇몇 고양이는 도무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뒤돌아 서 있으니 먼저 다리에 다가와 자신의 몸을 문지른다.


 "이 녀석아, 난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

 

 이 애교에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너에게 거리를 두곤, 다시 너를 본다. 귀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네 마음은 모르는 척, 나는 고개를 돌려 말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 있는다. 이게 편하다. 다시 너를 본다. 녀석도 나를 본다.


 "참, 여린 녀석이 잘 살고 있구나."


 내 사랑은 몸을 문지르고 비벼야 하는 건 아니니. 가만히 너를 보고 너 또한 나를 본다. 

 네가 보싶을 그저 나를 쳐다보고,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 되는 거지. 내게 다가와 몸을 비비는 네게 어쩌면 섭섭하게, 그저 밥과 물을 놓아준다.

 

 가만히 너를, 밥을 먹는 너를 바라본다. 사랑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잘 먹고 가. 그리고 우리, 여기 잘 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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