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는데
좀처럼 다시 잠이 들지 않았다.
뜻밖에도 난 청소를 시작했다.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는데
머무는 자리마다
아이와 나의 잔상이 보이는 것 같았다.
식탁 정리를 할 때는
아이와 밥 먹으면서 잔소리하는 나의 모습,
화장실 청소를 할 때는
씻고 있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는 나의 모습,
거실을 닦을 때는
별것 아닌 일로 아이에게 짜증 내는 나의 모습..
한 달의 한 번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
나의 또 다른 자아가 나오는데
그때마다 아이에게 가장 미안하다.
후회와 미안함으로 아이를 바라보다가
다정하게 책 읽어주는 나의 잔상이 보여
‘그래, 나도 애쓰고 있어 ‘ 라며
스스로를 토닥였다.
엄마가 되어 보니
아이한테 못한 것만 떠오르고
내가 노력한 것들은 굳이 떠올리지 않는다.
아마 당연한 일이라 생각해 그럴지도 모르겠다.
세상만사 당연한 일이 있던가.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 해보는 일들만 상당하다.
아이는 혼자 크지 않는다.
충분히 잘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데가 없을 땐
나에게 내가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럼 힘이 나서 아이한테 또 잘하겠지.
이렇게 긍정 회로를 돌리며
호르몬+폭염에 휘둘려 짜증 내지 말아 보자고
오늘도 다짐한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