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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de Corazón
カフェデ コラソン

브랜딩은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드는 일

by 김도환 Feb 22. 2025



 카페 드 코라손

カフェ デ コラソン


주 소 :  京都府京都市上京区革堂町593-15

전화번호 : 075-366-3136

영업시간 : 10:00 - 17:00

정기휴일 : 매월 셋째 주 월요일

홈페이지 : https://cafecorazon.base.shop/ 



  

Cafe de Corazón 본점 - 이곳은 마스터의 아내 친척이 운영하던 생선가게를 리뉴얼해서 처음 시작되었다.Cafe de Corazón 본점 - 이곳은 마스터의 아내 친척이 운영하던 생선가게를 리뉴얼해서 처음 시작되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흑백 요리사'는 한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인기를 모았다. 다양한 요리사들이 서로 다른 방식과 고민을 통해 마침내 행위예술처럼 완성되는 요리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을 따라가며, 같은 요리라도 접근 방식과 해석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와 철학을 담아낸 하나의 표현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러자, 맛의 기준이 결코 하나일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하게 다가왔다. 요리마다 담긴 이야기와 철학이 다르듯 맛에 대한 평가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완벽한 맛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것처럼, 맛의 기준은 주관적이고 다중적이다.

  프로그램이 종료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 장면들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아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요리사는 어떤 맛을 목표로 하며그 지향점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아마도, 맛에 대한 이 질문은 내가 몸담고 있는 브랜드 마케팅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 브랜드 마케팅 역시 맛과 마찬가지로 정답이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와 경험, 브랜드에 대한 기대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를 논하면서도 정작 브랜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경험이 공간과 맞닿아 있는

카페에서 중요한 것은 커피를 마시는 모든 순간


  브랜드는 단순히 로고나 인테리어제품의 이름으로 정의되지 않는다특히 카페처럼 브랜드 경험이 공간과 맞닿아 있는 곳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마케팅의 구루 필립 코틀러 (Phillip Kotler)는 브랜드를 설명할 때 <토탈 프로덕트 Total Product> 개념을 강조했다. 그는 구매자들이 단순한 제품이 아닌, 제품을 둘러싼 전체적인 경험과 분위기에 반응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고객이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니다. 첫 모금을 머금기 전 손에 닿는 잔의 온기,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 공간 속 낮게 흐르는 음악의 리듬과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소음까지 모두가 브랜드 경험의 일부가 된다. 결국고객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커피가 아니라커피를 마시는 모든 순간이다.


  영국의 심리학자이자 옥스퍼드 대학 통합 감각 연구소 소장인 찰스 스펜스(Charles Spence)는 필립 코틀러의 개념을 감각적 차원에서 확장한다코틀러가 제품을 둘러싼 전체적인 경험과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스펜스는 다양한 감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고객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저서 『왜 맛있을까』에서 스펜스는 맛의 경험이 단순히 미각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라떼 아트의 시각적 아름다움은 커피의 풍미를 더욱 풍부하게 느끼게 하고, 커피를 따르는 소리는 맛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부드러운 음악과 잔의 온기는 마음을 안정시킨다. 이러한 다중 감각적 경험(multisensory experience)은 단순히 감각의 조합이 아니라 각 감각이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특별한 ‘경험’이자 ‘브랜드’를 완성하는 핵심 매커니즘이 된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Cafe de CorazonCafe de Corazon


고객이 담백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여백을 제공하는 카페


  만약 교토에서 감각의 이러한 브랜드 경험을 완벽하게 구현한 카페를 찾는다면, 시인 윤동주가 걸었던 교토 도시샤 대학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카페 드 코라손이 아닐까. 스페인어로 마음, 애정, 심장을 의미하는 이 카페는 도쿄의 유명 커피 전문점 바흐(Bach)에서 점장을 지낸 가와구치 마사루(川口勝) 씨가 2012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카페의 문은 깊고 고요한 파란색으로 칠해져, 교토의 조용한 골목길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절제된 디자인과 담담한 색감은 마치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문득, 무심히 지나치던 골목에서 발걸음을 붙잡히는 순간. 그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공간이 따뜻하게 숨 쉬는 소리를 들려준다.     

  내부는 소박하지만 세심하게 정돈되어 있다. 카페 한편에는 이름이 새겨진 레트로한 로스터기가 자리하고, 카운터 바 뒤에는 다양한 종류의 커피 원두가 조용히 진열되어 있다. 투명한 유리통 안에 담긴 원두들은 로스팅 정도에 따라 색상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각기 다른 색은 커피가 완성되기까지의 기다림과 그 과정에서 깊어지는 풍미를 암시한다. 이는 도쿄의 바흐와 동일한 구조로, 바흐에서의 경험과 철학이 이곳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Cafe de corazonCafe de corazon

  마사루 씨는 커피를 담당하고, 그의 아내는 빵과 제과를 만든다. 커피의 깊은 풍미와 갓 구운 빵의 따뜻한 향이 어우러질 때 손님들은 단순한 음료와 디저트를 넘어, 교토의 오후를 감각으로 온전히 담아내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두 사람의 조화로운 손길이 이 공간을 완성해 나간다. 공간 곳곳에는 주인이 커피를 향한 태도와 애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카운터석만으로 구성된 단출한 좌석 배치는 군더더기 없는 공간의 미학을 보여준다. 혼자 방문한 손님에게는 따뜻한 고요를, 함께 온 이들에게는 담백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한다.


시간이 지나도 마음 속 어딘가에

따뜻하게 남는 그런 순간이 진짜 맛


  잔잔하게 흐르는 재즈 선율,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교토의 오후 풍경, 커피를 내릴 때 잔에서 퍼지는 부드러운 향기와 규칙적인 소리.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질 때마다 공간은 고요한 리듬으로 가득 찬다. 그때, 문 앞에 자전거를 세우는 바퀴 소리와 자동차 타이어가 아스팔트 골목길에 스치는 미세한 마찰음이 잔잔한 공간에 부드럽게 스며든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마치 숨 고르듯 공간을 감싼다. 잠시 스쳐가는 바람과 함께 새로운 기척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손끝에 닿는 따뜻한 잔의 온기와 코끝에 머무는 향긋한 커피 향이 어우러지며, 눈을 감으면 마치 한 편의 시 속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나는 오래된 책장을 넘기듯, 이 공간의 숨결 하나하나를 눈으로 훔치며, 교토의 오후가 선물하는 잔잔한 풍요로움을 온전히 느낀다.     

  나는 이제야 그가 이 공간에 corazón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이해할 것 같다. 커피는 천천히 식어가지만 이 공간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는 조금도 식지 않으니까. 아마도 진짜 맛이란, 시간이 지나도 마음 속 어딘가에 따뜻하게 남는 그런 순간. 브랜딩도 결국, 그런 순간을 만드는 일 아닐까.




다시 말해 분위기는 팔린다. 최소한 잘 만들어졌을때는 사람들이 음식을 먹었을 때의 즐거움을 기억하는 것은 그 경험이 좋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찰스 스펜스, 왜 맛있을까 - 



책 소개.




저는 카페 드 코라손에서 공감각이 선사하는 잔잔한 위로와 감각의 리듬이 단순한 커피 한 잔을 넘어서는 경험을 했습니다.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질 때마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고요한 리듬,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교토의 오후 풍경, 손끝에 닿는 따뜻한 잔의 온기와 코끝에 머무는 향긋한 커피 향. 모든 감각을 경험하며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을 소비하게 된 것이었죠. 그리고 제 경험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더욱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찰스 스펜스의 『왜 맛있을까』를 펼쳐보시기 바랍니다. 스펜스는 맛의 경험이 단순한 미각으로만 완성되지 않으며,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내는지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들고 카페 드 코라손에 가시면, 글쎄요. 모든 오감이 초능력처럼 샘솟을지도요.



Epilogue.

참고로 카페 드 코라손의 2호점인 카페 드 코라손 니뇨(cafe de corazón niño)는 2021년 9월 1일에 오픈했습니다. 스페인어로 '아이'를 의미하는 'niño'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Leap  매거진을 통해 알아보니, 2호점의 점장은 본점의 아늑함에 매료되어 커피의 세계로 발을 디딘 토야마 마리씨라고 하네요. 분명 그녀의 경험도 저 몫지 않았을 것 같군요. 이곳은 다음 기회에 꼭 방문해봐야겠습니다. 아래 매거진을 통해 사진을 공유해드리죠. (에필로그 참조 : https://www.leafkyoto.net/store/211117-kyoto-cafedecorazonnino/?utm_source=chatgpt.com )


사진 출처 :  leap Kyoto (본 사진의 저작권은 Leap Kyoto  매거진에 있습니다. 문제가 될 시, 즉시 삭제하겠습니다.)사진 출처 :  leap Kyoto (본 사진의 저작권은 Leap Kyoto  매거진에 있습니다. 문제가 될 시,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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