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은 고객과 함께 시간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
주 소 : Hashibenkei-cho 236, Nakagyo-ku, Kyoyo 604-8151
전화번호 : 075-255-2588
영업시간 : 7:00-19:00(LO18:30)
정기휴일 : 연중무휴
홈페이지 : https://www.maedacoffee.com/en/
교토의 폰토초 Pontochou,先斗町는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이곳은 낮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길로 골목의 시간을 살짝 밀어 다른 차원의 문을 여는 듯 하다. 좁고 얇은 골목길을 따라 붉은 등이 켜지면, 골목은 불빛의 강으로 변해 가모강(江)을 감싸는 듯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마치 시간을 거스르는 통로 같다고 할까. 전통과 현대, 과거와 미래, 일본과 세계. 모든 경계가 흐릿해지고 시간과 공간이 맞닿으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경계의 길이 펼쳐진다.
밤이 깊어지면 폰토초의 골목은 시로누리(白塗り, しろぬり,일본어로 흰색으로 칠하다의 의미)화장을 한 마이코와 게이코의 기모노 자락이 스치며 남기는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더욱 화려해진다. 특히 어두운 골목을 밝히는 불빛 사이로 비치는 흰 얼굴과 붉은 입술은 마치 수백 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한 폭의 그림처럼 폰토초의 밤을 완성한다. 그들의 발걸음이 닿는 이곳은 단순한 길이 아니다. 수백 년 동안 전통과 시간이 빚어낸 하나마치(花街, 화가이)다.
하나마치는 일본의 전통적인 예술과 유형의 거리로 게이코(교토에서 사용하는 게이샤의 공식 명칭, 게이기라고도 부른다. 이때 기(妓)는 여성을 뜻하는 한자이며, 교토에서는 게이코가 더 정중한 표현으로 여겨진다)와 마이코가 활동하며 전통 기예를 펼치는 장소를 말한다. 교토에는 폰토초를 비롯해 기온 고부(祇園甲部), 기온 히가시(祇園東), 미야가와초(宮川町), 그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귀빈을 위한 연회를 열며 게이코 문화가 시작된 가미시치켄(上七軒) 까지 총 5곳의 하나마치가 있으며 이를 고카가이(五花街)라고 부른다.
한편 폰토초의 좁은 골목 어귀에는 마이코와 게이코가 지나기길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기모노 자락이 스치며 남기는 바람 같은 소리처럼, 손끝으로 닿을 수 없는 것마저도 찍기 위해 숨을 죽인 채 그들의 실루엣과 눈빛을 기다린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 완벽한 걸음걸이와 섬세한 손짓’ 뒤에 스며든 시간의 무게를 모른다.
게이코가 되는 과정은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일이며 수 년 간의 수련과 반복 끝이 완성되는 여정이다. 가장 처음은 ‘시코미’다. 마이코가 되기 위한 첫 단계로, 15세부터 시작할 수 있으며 약 1년간 기본적인 학습을 받는다. 이 시기의 소녀들은 화장을 하지 않고 평상복을 입은 채, 전통 예술과 예법, 기본적인 소양을 익힌다.
시코미 과정을 마치면 ‘미나라이’가 된다. 견습생을 뜻하는 미나라이는 오차야(お茶屋, 찻집)에서 연회 예법과 손님을 대하는 법을 배우지만, 실제 연회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약 한 달간 진행되는 이 단계는, 마이코가 되기 전 가장 중요한 관찰과 학습의 시간이다.
그 다음이 바로 ‘마이코’다. 마이코는 게이코가 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오차야와 오키야(置屋, 게이코와 마이코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숙식하며 모든 교육 과정을 수료한다. 수년 동안의 수련 기간 동안 모든 비용은 오키야의 주인인 오카상이 부담하며, 별도의 급여는 없지만 소정의 용돈이 지급된다. 마이코로서 약 5~6년의 수련 생활을 마친 후, 마침내 게이코가 된다.
그러나 게이코가 된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게이코가 된 후에도 2~3년간 자신만의 화대(花代)를 받으며 독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때 후원자를 얻거나 자신의 화대만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면, 비로소 ‘지마에 게이코’라 불리며 독립된 예능인으로 인정받는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연마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는 오사카 긴키 대학의 커리어 매니지먼트 교수로 활동 중인 니시오 구미코의 설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저서 『환대의 구조: 교토 하나마치 배우는 경영』에서 이렇게 밝혔다.
“게이코에게 고객이란 자신들의 커리어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기예 향상을 이해하며 평가하는 육성자이기도 하다. 고객은 기예의 육성자로서 애정을 쏟아부으며 게이코의 성장을 지켜본다.”
바로 고객을 위해서다. 아무리 화려한 기예를 펼치더라도 이를 이해하고 가치를 인정해 지갑을 여는 고객이 없다면 비즈니스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강요하지 않는다. 고객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관광객을 위한 호기심만을 자극하는 일시적 인기보다 오랜 단골 고객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실제로 구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오차야를 방문했다가 문 앞에서 거절당한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하나마치와 고객은 단순한 가게 - 손님 관계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진화하며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바로 고객을 동반자로 인식하는 수평적 관계. 어쩌면 그것이 수백 년의 역사를 이어온 원동력이 된 것은 아닐까. 우리가 배워야 할 가치는 분명 이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마에다 커피 본점에 처음 들어섰던 그날이 떠올랐다. 분명 폰토초를 지나왔는데, 어느새 가와라마치를 넘어 카라스마까지 걷고 있던 나를 발견한 것이었다.
마에다커피는 1981년 개업 이후 교토에서 총 10개의 커피 전문점과 식당, 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는 오미야 다카쓰지에 그보다 십년 전에 최초의 커피매장을 오픈했으나 폐업 후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고, 이를 포함하면 무려 반세기가 넘게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해온 셈이다.
정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놓인 독일산 로스팅 기계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묵직하게 자리를 지키는 이 기계는 마치 미에다 커피가 추구하는 철학을 대변하는 듯 하다. 수많은 세월동안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온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고객과의 수평적 관계, 그리고 좋은 단골을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힘이 고객을 스스로 찾아오게 만든 것이다.
많은 카페들은 신규 고객 유치에 집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는 공간에는 언제나 좋은 단골이 존재한다. 단골 고객은 단순히 반복해서 구매하는 고객이 아니다. 그들은 오랜 친구처럼, 브랜드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 공간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동반자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유지할 지가 핵심이다.
마에다 커피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탁월했다. 단골 고객을 위해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더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며 고객이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히 고객이 아닌, 함께 시간을 쌓아가는 친구처럼 말이다. 바로 그 점에 반세기를 이어온 마에다 커피의 가장 강력한 힘이다. 앞으로도 마에다 커피는 고객과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교토의 시간 속에서 또 다른 반세기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맛있다는 건 당연한 가지, 그걸 그 자리에서 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혼이 담긴 한 방울보다는 매일 다녀도 질리지 않고, 여차하면 하루에 두 번이라도 갈 수 있다는 점이 저한테는 중요해요.
- 호리베 아쓰시,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
책 소개.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는 공간이 어떻게 도시를 바꾸고,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교토 세이코샤 서점의 주인장인 호리베 아쓰시는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공간이 사람과 관계를 어떻게 연결하는지를 몸소 보여줍니다. 이 책은 단순한 가게 운영 철학을 넘어서 도시와 사람, 공간과 시간이 엮이는 방식을 탐구합니다.
마에다 커피가 반세기 동안 고객과 함께 시간을 쌓아온 것처럼, 호리베 아쓰시는 자신의 작은 서점을 통해 도시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작은 공간이라도 진정한 관계와 가치 있는 시간이 축적될 때, 그것은 하나의 도시를 바꾸는 힘이 됩니다. 호리베 아쓰시는 말합니다.
“좋은 공간은 고객이 스스로 선택하고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마에다 커피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고객이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힘. 그것이야말로 작은 가게가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진짜 이유입니다.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공간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머무는 곳은 단순한 장소인가, 아니면 이야기가 쌓이는 곳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마에다 커피의 고요한 공간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시간이 만들어내는 깊이와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작은 가게는 그렇게 거리를 바꾸고, 도시의 이야기를 새롭게 씁니다.